시리아에 승리한 한국
손흥민이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시리아전에서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끈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안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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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르다르 아즈문이 지난달 7일 이라크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에서 상대 태클을 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손흥민(29·토트넘)vs. 사르다르 아즈문(26·제니트).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호령하는 한국과 이란의 킬러가 자존심을 걸고 정면충돌한다. 손흥민과 아즈문은 12일 오후 10시30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아자디)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4차전에서 맞대결한다. 6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뉘어 홈과 원정을 오가며 경쟁하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은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지난 3경기에서 이란이 전승(승점 9)을 거두며 조 선두로 나선 가운데 한국은 2승1무(승점 7)로 2위에 매겨져 있다.

전체 일정의 40%를 마치는 이번 4차전에서 한국은 이란을 잡고 조 선두 도약을 그린다. 반면 이란은 안방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선두 싸움에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다. 손흥민과 아즈문의 발끝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이란의 간판 골잡이인 둘은 서로를 상대한 경험도 많을뿐더러, 유럽 무대에서 검증받은 골잡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클래스 공격수인 손흥민은 지난 시즌 전 대회에서 22골17도움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시아 대표 아이콘임을 입증했다. 이와 비교해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RPL)에서 뛰는 아즈문의 오름세도 두드러진다. 손흥민처럼 10대 나이에 유럽 무대에 진출한 그는 2019~2020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RPL 득점왕(17골)에 올랐다.

지난 시즌엔 19골로 득점 2위와 더불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RPL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섰다. RPL이 EPL보다 선수 질이나 규모 면에서 낮긴 하나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제 가치를 발휘하는 건 쉽지 않다. 아즈문은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관심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아스널 이적설이 나왔다. 조만간 빅리그에 입성할 또 한 명의 아시아 공격수로 주목받고 있다.

Russian Football Premier League: Zenit St Petersburg vs FC Sochi
러시아 제니트 공격수 아즈문이 지난 3일 FC소치전에서 상대와 볼다툼하고 있다. TASS연합뉴스

특히 아시아에서 손흥민의 상징성이 더 크지만 아즈문은 ‘한국 킬러’로 잘 알려져 있다. A매치 55경기에서 37골을 집어넣은 아즈문은 지난 2014년 11월18일 만 19세 나이에 한국과 친선경기에 후반 교체로 투입돼 결승골을 작렬, 팀의 1-0 신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주전 공격수로 뛴 지난 2016년 10월11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도 선제 결승골(1-0 승)로 웃은 적이 있다. 둘 다 이번 경기가 열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해낸 득점이다. 당시 손흥민은 모두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아즈문의 골 뒤풀이만 바라봐야 했다.

그런 만큼 손흥민은 어느 때보다 축구화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최근 기세는 손흥민이 좋다. 어느덧 A매치 93경기(28골)를 소화한 그는 지난 7일 시리아와 3차전(2-1 승)에서 후반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A매치 직전 소속팀 경기를 포함하면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2도움)다. 반면 아즈문은 대표팀 합류 직전 디나모 상트페테르부르크전에서 전반 뜻밖에 퇴장으로 고개 숙인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 3차전에서 침묵했다.

손흥민 월드컵 최종예선 출국
손흥민이 9일 오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4차전을 치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영종도 | 연합뉴스

무엇보다 손흥민은 이번 기회에 ‘아자디 징크스’를 깨뜨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한국 축구는 이란전이 열리는 아자디에서 지난 47년간 2무5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아자디는 해발 1273m 고지대에 놓여 있고, 수만여 남성 팬의 거친 응원이 특색으로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손흥민은 이곳에서 총 세 번 경기를 뛰었다. 대표팀에서 최다 경험자다. 자신의 경험치를 최대한 살려 이번만큼은 아자디 텃세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에 호재도 있다. 이란축구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4차전을 무관중 경기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아자디는 최대 10만여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애초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1만여 명까지 입장시킨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이란 당국 방역 지침대로 무관중 경기를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 축구는 이전과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아자디 원정을 치르게 돼 한결 부담을 덜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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