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고양 오리온 이승현. 제공|KBL

[스포츠서울 | 고양=최민우 기자] 고양 오리온 이승현(29)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두목 호랑이’로 명성을 날렸고, 2014년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뒤 ‘고양 수호신’으로 오리온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커리어 내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이승현이다.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일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최고 빅맨 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이승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다.

이승현은 FA를 앞두고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왜소해진 체격이다. 지난 여름 체중을 감량했다. 몸이 가벼워지니 속공 참여도 수월해졌고, 무엇보다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아 편하다는 게 이승현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 때처럼 속공에 함께 참여하면서, 치고 나가길 바랐다. 또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는 발목이 잘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몸집이 줄어들었지만,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골밑 싸움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승현은 “경기에서 다들 보셨을 거다. 이 정도면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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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 이승현(왼쪽)과 이종현. 제공|KBL

다이어트 파트너도 있었다. 이승현은 같은 팀 센터 이종현과 함께 여름 내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 시즌 이종현이 트레이드로 오리온에 합류하면서,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던 두 빅맨의 만남이 성사됐다.

그러나 현재 이종현의 기량은 과거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잦은 부상에 시름하면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를 바라보던 이승현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승현은 이종현과 함께 시즌을 준비했다. 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강을준 감독은 “이종현은 이승현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이승현은 “솔직히 종현이는 부상이 너무 아쉬웠다. 그게 아니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선수다. 나는 이종현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와 번갈아 가면서 기용되기 때문에, 함께 코트에 뛰지 못한다. 그러나 감독이 정한 대로 따를 뿐이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 팀 전체가 더 살아나야 한다”며 이종현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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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 미로슬라브 라둘리차가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항의를 하고 있다. 제공 | KBL

토종 빅맨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의 분발이 절실한 오리온이다. 지난 시즌에도 1옵션 외인의 부재에 시름했던 아픔이 있다. 이번에는 미로슬라브 라둘리차를 야심차게 영입했다. 라둘리차는 세르비아 출신으로, 2016 리우 올림픽 때 은메달을 따내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다. KBL 데뷔 후 4경기에서 평균 10.3득점, 5.5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승현은 “라둘리차는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성적이나 커리어가 증명한다. 함께 더블 포스트를 서고 있는데, 반드시 폼을 회복할 거라 생각한다. 나이 때문에 스피드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잘 해결할 거라 본다”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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