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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전 패배 후 머리를 감싸쥔 울산의 윤일록.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일주일 사이 트로피 두 개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울산 현대는 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2021 FA컵 준결승전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2부리그 소속 전남을 상대로 고전 끝에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충격적인 패배다. 전남은 울산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K리그2에 있는데다 선수 구성이나 객관적 기량이 모두 울산이 크게 앞선다. 그런데 울산은 전남 특유의 수비 조직력을 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세트피스 한방에 끌려다녔고, 추가골까지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약팀이 강팀을 잡을 때 흔히 나오는 승부차기 승부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울산이 입을 후유증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FA컵 준결승 탈락이 더 아픈 이유는 앞선 20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포항 스틸러스에 패했기 때문이다. 승부차기 접전 끝에 포항은 무릎을 꿇었다. ACL과 FA컵, K리그1까지 트레블을 노렸던 울산은 이제 트로피 하나만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제 울산에게 K리그1 우승은 더 간절해졌다. ACL이나 FA컵 중 하나라도 손에 넣으면 K리그1 우승에 실패해도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K리그1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하면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해야 한다. 울산은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포항은 일주일 사이 열린 세 경기에서 1무2패를 당했다. 포항전의 경우 승부차기에서 패해 무승부로 기록된다. 24일 K리그1에서는 하위권인 성남FC에 패했다. 이로 인해 선두 자리를 전북 현대에게 내줬다. 승점은 같고 다득점에 의해 순위가 갈렸을 뿐이지만 미묘한 기류 변화는 울산 입장에서 기분 좋을리 없다.

일시적 부진이라 해도 지금은 1년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다. 한 두 경기 결과에 의해 승부가 갈린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1년간의 성과와 노력이 희석된다. 울산은 하필이면 이때 흔들리고 있다.

관건은 체력이다. 올해 울산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시작으로 ACL 등 국제대회를 병행했다. 여기에 A대표팀에 가장 많은 선수들을 보내며 선수 관리에 애를 먹었다. 특히 부상자가 차출되거나 대표팀에서 다쳐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체력적으로 가장 지치는 시기에 접어든 만큼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당장 11월도 위기다.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치른다. 한국에서 홈경기를 치른 후 중립지역으로 건너가 원정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얼마나 많은 울산 선수를 차출하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울산 입장에선 최소한으로 차출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선수가 대표팀에 가는 것은 팀에 긍정적인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악재’라는 표현을 써도 이상하지 않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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