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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고척돔은 내야수들에게 가장 수비 난이도가 높은 구장이다. 그라운드가 단단한 인조잔디로 만들어진 만큼 타구 속도가 빠르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내야수들도 타구 속도에는 혀를 내두른다. 빅리그에 진출한 김하성 또한 “고척돔에서 수비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연잔디 구장에서는 불규칙한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적인 타구 속도는 고척돔이 훨씬 빠르다. 고척돔에서 어느 정도 수비를 잘 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KS) 변수 중 하나도 고척돔 땅볼 타구다. KT와 두산 선수들 모두 지금까지 수차례 고척돔 경기를 경험했으나 언제 어느 순간 강한 타구가 나올지 모른다. 강한 타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실제로 지난 1, 2차전도 수비력이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졌다.
KT는 KS 2경기 동안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꾸준히 호수비를 펼쳤고 더블플레이를 만들며 두산의 공격 이닝을 빠르게 종료시켰다. 반면 두산은 KS 1차전에서 2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큰 무대에 익숙한 허경민과 김재호가 나란히 흔들리면서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KT 박경수과 황재균, 두산 허경민과 김재호 베테랑 내야수들의 수비 대결에서 KT가 우위를 점했다. 특히 박경수는 지난 타이브레이커 1위 결정전부터 3연속경기 호수비를 펼쳤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KS 3차전을 앞두고 “(박기혁) 수비코치가 KS에 앞서 꾸준히 내야수 펑고 훈련을 진행했다. 빠른 타구를 잡는 데에 집중했다”며 “정면으로 빠른 타구를 치면 부상을 당할 수 있어서 부상은 피하는 차원에서 좌우로 빠른 타구를 잡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고척돔 빠른 타구를 대비했음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 전에도 빠른 타구를 잡는 훈련에 중점을 둔다. 지금도 수비코치가 빠른 타구를 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수비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KS처럼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큰 경기는 더 그렇다. 지난 KS 2경기에서 KT는 박경수와 황재균 뿐이 아닌 유격수 심우준과 1루수 강백호도 정규시즌보다 뛰어난 수비를 보였다. 이 감독은 “심우준은 이번 KS를 통해 자신이 어떤 선수고 어떤 유격수가 돼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유격수가 될 것”이라며 “백호는 수비부터 잘 되면서 흐름이 타격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10월에는 수비 실책도 몇 번 나왔는데 지금은 집중력이 좋다”고 전했다.
KT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 1회부터 수비 실책을 범했다. 포스트시즌이 주는 중압감과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두산에 업셋을 당했다. 올해는 KS 1차전부터 호수비를 펼치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작년에는 나도 긴장했고 선수들도 긴장했다. 올해는 1차전부터 들뜬 분위기가 없었다. 마지막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승리한 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작년 포스트시즌 경험도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안정된 수비 요인을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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