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늘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가 적으면 선수들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이른바 S급 FA들은 영입 경쟁 속에서 대형계약을 체결해왔으나 최대어와 중소형 FA의 격차가 컸다.
3년 전이 그랬다. 2018년 겨울 양의지가 NC와 4년 125억원, 최정과 이재원이 SK와 각각 6년 최대 106억원, 4년 69억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당시 계약을 체결한 총 15명의 FA 중 계약 규모 30억원을 넘긴 FA는 위의 3명 뿐이었다. 나머지 12명 중 계약규모가 가장 컸던 FA는 KT 박경수였다. 박경수는 KT와 3년 최대 26억원 계약을 맺었다.
2년 전인 2019년 겨울은 더 추웠다. FA 18명 중 그 누구도 60억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치홍이 롯데와 맺은 2+2년 최대 56억원 계약이 최고 규모였다. 안치홍의 뒤를 이어 오지환이 LG와 4년 40억원, 김선빈이 KIA와 4년 최대 40억원에 계약했다. 보장액만 놓고 봤을 때는 오지환과 LG의 계약이 최고 수준이었다.
경쟁이 없으면 가격이 올라갈 수 없다. 2018년 겨울 양의지 계약은 양의지의 가치에 NC와 두산의 경쟁구도가 더해진 결과였다. 최정과 이재원은 당해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게 커다란 호재로 작용했다. 2019년 겨울 FA 시장이 잠잠했던 이유는 경쟁구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선빈을 두고 KIA와 SK가 경쟁구도를 보이는 듯했으나 SK의 베팅 금액이 크지 않았다. 안치홍의 롯데 이적도 전소속팀 KIA의 베팅 규모가 크지 않았기에 이뤄졌다. 복수의 팀이 제시액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듯 금액을 높이는 레이스는 없었다.
반면 1년 전 겨울에는 FA 최주환, 오재일, 최형우, 허경민, 정수빈을 두고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최주환은 SK 외에 키움, 오재일은 삼성 외에 SK의 관심을 받았다. 최형우는 KIA 외에 SK도 주목했다. 허경민은 두산과 NC, 정수빈은 두산과 한화가 적극적으로 영입 경쟁을 벌였다. 허경민의 6년최대 85억원, 정수빈의 6년 최대 56억원 계약은 경쟁을 통해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이번 FA 시장은 1년 전보다는 2, 3년 전에 가깝다. 최대어 나성범은 최정과 흡사하다. 전소속팀 NC와 큰 규모의 재계약이 유력해보인다. NC 외에 9구단도 나성범과 NC의 대형 계약을 예상하며 나성범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면 나성범 외에 외야 대형 FA 4명은 예상보다 조용하다. 김현수, 김재환, 박건우, 손아섭 모두 시장에서 커다란 움직임이나 경쟁구도가 포착되지 않는다. 강민호, 박해민, 황재균 등 다른 대형 FA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전소속팀과 테이블에는 앉았으나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장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한화, KIA처럼 큰 손으로 주목받는 팀들이 갑자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구도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장이 열린지 2주가 지난 것을 고려하면 너무 조용하다. 한 수도권 구단 고위 관계자는 “100억원 규모 계약 얘기도 나오는데 현실적으로는 정말 쉽지 않다. 2년 연속 코로나19 시국 아니었나. 구단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쓰겠나”라며 이번 FA 시장이 지난해보다는 2·3년 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