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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의 희열도 잠시, 이젠 냉엄한 현실이 다가온다. 어느 때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해야 할 시점이다. 2021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 챔피언 전남 드래곤즈 얘기다.

지난 11일 대구FC 원정에서 4골(4-3 승·1,2차전 합계 4-4 원정 다득점 승)을 쏟아부으며 K리그2(2부) 팀으로는 처음으로 FA컵 정상에 오른 전남은 일제히 휴가에 돌입했다. 내달 3일 재소집돼 2022시즌 대비 동계전지훈련에 나선다. 2부 팀 최초 FA컵 우승 역사 뿐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쥔 전남은 동계 시즌 잔디 사정이 비교적 좋은 안방 광양에서 담금질할 예정이다.

내년 아시아 무대를 밟는다는 설렘이 가득하나 구단 안팎으로는 우려 목소리도 공존한다. 전남의 최대 목표는 내년에도 K리그1 승격이다. 그런 가운데 자칫 ACL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유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 때문이다. 지난 2018년 2부로 강등한 전남은 모기업(포스코) 사정 등과 맞물리며 원하는 규모의 예산을 얻지 못했다. 올해도 2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난 두 시즌 전경준 감독 체제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내기를 바랐다. 비싼 몸값의 특급 공격수는 품기 어려웠던 전 감독은 조직적인 방어망을 구축, 리그 최고 수준의 ‘실리 축구’를 입히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리그 최소 실점 2위(25실점)에 이어 올 시즌 최소 실점 1위(37경기 33실점)를 달성하는 등 성과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1부로 승격하는 데엔 예상대로 승부처에서 득점을줄 수준급 공격수 부재, 주전과 비주전 요원의 기량 격차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도 전 감독은 FA컵 토너먼트에서 지략을 발휘해 부임 첫 우승 트로피를 품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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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뿐 아니라 타 리그에서도 지원이 부족한 ‘ACL 진출 팀’은 그해 정규리그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다. 기존 주력 선수가 감당하고 버텨내야 할 경기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부상, 체력 열세에 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엔 ‘겨울월드컵 시즌’으로 K리그가 2월 개막해 10월에 끝나는 빡빡한 일정으로 짜인다. 전남 같은 사정의 팀으로서는 ACL까지 소화하면서 리그에서 성적을 내는 게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K리그를 대표해서 나가는 ACL을 포기할 순 없다. 결국 모기업의 지원 폭이 넓어져야 한다. 같은 모기업을 둔 K리그1 포항 스틸러스가 내년 ACL 티켓을 얻지 못한 만큼 그룹 내에서 어떠한 지원책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남 구단 내부적으로는 FA컵 우승 공신을 붙잡는 데 우선 주력하고 있다. 수문장 박준혁과, 2선의 핵심 황기욱이 자유계약(FA) 신분이 된다. 베테랑 공격수 이종호도 구단과 미래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외인 중에서는 사무엘, 알렉스 대신 새 즉시 전력감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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