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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박건우가 NC외 6년 최대 100억원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NC 다이노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돈 없다는 얘기 하지 마시라고 해요.”

뜨거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바라보는 모 구단 핵심 관계자의 푸념이다. FA 시장에 참전할 마음은 굴뚝 같은데 엄두가 안 난다는 뜻이다. 그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올해 FA 시장은 역대급 돈잔치다. 20일 현재 14명의 FA 신청자 가운데 7명이 계약을 했는데, 총액만 524억원에 이른다. 양현종 나성범 황재균 손아섭 등 국가대표급 선수 계약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6년의 766억 2000만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또다른 쪽에서는 ‘돈 좀 쓰라’고 아우성이다. 굳이 비유하면 양극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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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인석 대표이사(왼쪽)와 김현수(오른쪽)가 17일 FA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LG 트윈스.

총액 100억원 이상 계약만 세 건이 나왔는데, 최소 두 건 이상 추가될 전망이다. 최형우가 2017년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며 FA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연 이래 이대호 양의지 최정 등 일부 선수만 달성한 기록이 한해에 무더기로 쏟아져나온 셈이다. 치솟는 몸값에 이른바 ‘머니게임’으로 전력 구축을 경계하느라 샐러리캡을 도입하기로 했던 구단들의 행태라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앞뒤가 안맞는 행보라는 데 구단 핵심 관계자들도 동의할 정도다.

구단이 100억원을 웃도는 몸값을 지불하려면 그룹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듯 한 구실을 만들어 통큰 투자를 읍소하면, 야구단에 애정을 가진 구단주가 승인하는 형태다. 대체로 시즌 중에 투자규모가 확정되는데, 구단의 다음시즌 운영 계획도 시즌 중에 수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의 재가가 나면 구단이 미리 설정한 자금 운용 범위 내에서 FA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반대로 돈을 타내는데 실패한 구단은 전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한데도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성적부진을 ‘인색한 투자’로 몰고 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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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오른쪽)이 17일 두산 전풍 사장과 FA 계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두산 베어스.

오버페이 논란을 제기하는 쪽은 대체로 전력보강에 실패한 구단쪽인 경우가 많다. 이 전에도 특정선수와 계약에 실패하면 ‘우리는 얼마를 제시했다’고 당당히(?) 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팬에게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룹 관계자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어필하는 성격을 띤 주장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떼를 써 돈을 타왔는데, 쓰지를 못했으니 ‘돈 때문이 아니었다’는 자기합리화가 필요한 것이다.

치솟는 몸값에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자급자족 시스템이다. 구단이 번 돈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시장이 작아 돈이 안된다는 건 핑계일뿐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데, 스포츠산업 시장을 키울수 없다는 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 스포츠를 콘텐츠로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확장하는 건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다.

와일드카트결정전 찾은 황희 문체부장관[포토]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이 11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를 찾아 정지택KBO총재, 허홍 키움대표이사와 함께 관람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프로야구가 그 자체로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로 기능을 해야 한다. 시장이 형성돼야 최상급 상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 구매에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데 KBO리그 구단은 야구의 콘텐츠화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수익 창출에 사활을 걸지 않아도 매년 300~400억원의 운영비를 척척 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단의 구조적 모순을 타개하지 않는 한 ‘돈주고 사서 쓴다’는 단순한 전력보강 논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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