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인가.

올해 2부리그 팀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FA)컵을 제패한 전남 드래곤즈가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내년 K리그1 승격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가운데 선수를 수급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주력 선수를 지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남은 2018년 2부 강등 이후 모기업(포스코)의 지원 규모가 줄어들며 ‘빠듯한 살림살이’로 선수단을 꾸려왔다. 그럼에도 전경준 감독 체제에서 올해 FA컵 우승 트로피(1997 2006 2007 2021)를 거머쥐었다. 전 감독과 다수 선수는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우승의 동기부여를 두고 ‘모기업의 지원’을 꼽기도 했다. FA컵을 우승하면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만큼 이전보다 나은 지원을 받으면서 수준급 선수가 보강되리라는 기대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리그에서도 1부 승격에 도전할 만한 경쟁력이 더 생긴다.

기대와 다르게 ‘거꾸로 행보’가 현실이다. 전 감독은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표이사, 단장 등 구단 내에서 (내년 선수단 재편을 두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요즘 (리그 내 이적)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어려움이 따르는 건 있으나 모두가 노력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날도 광양에서 구단과 선수 보강 회의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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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감독이 ‘지켜봐 달라’는 코멘트를 하긴 했으나 전남 선수단 안팎으로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우선 전 감독 체제에서 주력 구실을 하다가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 선수가 나란히 새 행선지를 모색 중이다. ‘실리 축구’ 전술의 핵심으로 꼽힌 황기욱은 FC안양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남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 내에서 비교적 많은 연봉을 받는 ‘광양루니’ 이종호도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수문장 박준혁의 거취도 오리무중이다.

전남을 바라보는 복수의 K리그 관계자는 “프로 선수 입장에서는 FA컵도 우승 멤버이고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고 여기니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어할 것이다. 구단도 모를 리가 없는데 요즘처럼 선수 몸값이 고공비행하는 상황에서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상가상 올해를 끝으로 전남을 떠나는 ‘외인’ 사무엘과 알렉스의 대체자 영입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공존하나 핵심은 ‘실탄’이다. 한마디로 모기업이 이전보다 지갑을 열지 않으면 전력 보강은커녕, 기존 전력보다 더 열악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전남 사정을 잘 아는 축구인들은 혹여 ‘FA컵 우승이 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곤 한다. 현재까지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하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