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무관중 연습경기 치르는 잠실구장
잠실야구장.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37.3세.’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년 이상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계약 마지막해 평균 연령이다. 지난 11월 27일 최재훈의 5년 최대 54억원 계약을 시작으로 지난달 27일 황재균의 4년 최대 60억원 계약까지 총 12명의 FA가 4년 이상 계약을 체결했다.

12명 모두 30대였고 4년 최대 36억원 계약을 맺은 강민호의 경우 계약 마지막해 만 40세가 된다. 계약기간 강민호의 연봉 총액 20억원, 그리고 계약금 12억원을 고려하면 삼성은 2025년 강민호에게 최소 8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여기에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사실상 강민호를 향한 투자액은 연간 8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에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냥 성사되는 계약은 없다. 강민호의 4년 최대 36억원 계약은 물론, 마지막해 만 38세가 되는 나성범의 6년 최대 150억원 계약 모두 시장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KIA가 150억원을 투자했기에 나성범을 잡을 수 있었고 삼성도 강민호의 마흔 살 시즌을 각오했기에 강민호를 잔류시킬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즉흥적으로 수십, 수백억원을 던지는 것 같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른 결과다. 실패한 대형계약 사례인 윤석민의 4년 90억원 FA 계약 또한 과정에는 KIA와 수도권 A구단의 경쟁이 있었다. 처음부터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을 뿐, 보통은 경매처첨 FA 협상 테이블에서 최고가가 곧 시장가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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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결과다. 이번 스토브리그처럼 30대 중후반 혹은 40대에 끝나는 계약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팀 성적이 부진하거나 선수가 고전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고액연봉을 받는 대형 FA 계약자를 향할 게 분명하다. 더불어 샐러리캡 제도에 따른 사치세 혹은 지명권 하락 등의 패널티까지 받으면 당시 계약을 진행한 프런트오피스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ML)도 그렇다. 2013년 겨울 시애틀은 로빈슨 카노와 당시 역대 최고 규모인 10억 2억4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카노와 만 31세부터 40세를 함께 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카노가 30대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이미 계약은 악성이 됐다. 카노 영입으로 반전을 계획한 시애틀은 2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카노는 2018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후 트레이드됐다. 카노를 뉴욕 메츠로 보냈으나 시애틀은 여전히 매년 카노에게 375만 달러 이상을 지급한다.

이번에 FA 계약을 맺은 11명 중 누군가는 계약기간 중 기량 저하 혹은 팀 성적 부진에 따른 트레이드 대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낮고 샐러리캡 기준선까지 초과한 이중고 상태라면 연봉보조 트레이드도 이뤄질 수 있다.

SSG가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과 체결한 FA 취득 1년 전 다년계약도 해답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들모두 5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SSG는 샐러리캡 구조를 고려해 이들에게 계약 첫 해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팀연봉 규모를 최대한 키우고 2023년부터 규모를 줄여가 샐러리캡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청사진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계약 종료 시점에서는 30대 중후반이 된다. ML에서 이뤄지는 종신계약이 모두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사실상 원클럽맨이 된 3명의 계약 결과도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셋 중 둘이 장기계약 위험부담이 큰 투수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그래서 야구단 운영이 어렵다. 돈을 마냥 쓰는 것도, 돈을 마냥 아끼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둘 중 어떠한 선택을 해도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다. SSG 다년계약까지 계약규모 1000억원을 훌쩍 돌파한 이번 스토브리그가 4, 5년 후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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