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김태환.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축구국가대표 풀백 김태환(33·울산 현대)은 올해 어느덧 프로 13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K리그 통산 347경기(20골51도움)를 뛴 김태환은 ‘풀백 기근 현상’에 놓인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2010년 FC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본래 윙어로 뛰었다.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치타’라는 애칭도 안았다. 그러다가 2015년 울산에 온 뒤 풀백으로 변신했다. 초반 수비적 역량에 의문 부호가 따랐다. 하지만 특유의 싸움닭 같은 근성을 앞세워 악착같은 방어로 수비력도 수준급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자연스럽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승선해 이용(전북 현대)와 오른쪽 수비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김태환은 1월 터키전지훈련에 나서는 ‘벤투호’에 승선, 9일 출국 예정이다.

새 시즌 대비 울산의 첫 소집일이던 지난 3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태환은 한국에서 ‘귀한 수준급 풀백’이란 얘기에 “개인적으로 윙어로 뛸 때보다 풀백을 하면서 축구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중요한 포지션이고 수비 뿐 아니라 얼마나 공격에 잘 이바지하느냐에 따라 팀도 달라진다. 요즘 중·고교 선수가 풀백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술적으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면서 수준급 풀백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랐다.

‘풀백 김태환’에게 큰 영감을 주는 건 카일 워커(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그는 “맨시티 경기를 많이 본다. 그중 워커의 동작을 늘 유심히 바라보는데 수비하는 위치나 공격으로 나아가는 타이밍이 매우 좋다”며 “실제 훈련이나 경기에서 (워커의 동작을) 따라 하려고도 한다”고 밝혔다.

김태환은 ‘아들 바라기’로도 유명하다. 첫째 도준이가 어느덧 일곱 살이다. 그 역시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김태환은 아들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도 자주 시청하고, 축구장도 많이 다닌단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보면서) ‘흥민이 삼촌’을 함께 응원한다”고 웃더니 “국내에서는 경기를 안 뛸 때 아들과 유니폼 입고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또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게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빠가 하는 일’을 더 가깝게 느꼈으면 한다”고 웃었다. 아들 역시 축구 선수를 시킬 생각도 품고 있다. 김태환은 “(나처럼) 달리기가 빠른 편이다. 운동 신경이 있다”며 “울산 유스에서 뛰어서 부자가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김태환
울산 현대 김태환이 지난 3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엠블럼 앞에서 파이팅 포즈하고 있다. 제공 | 울산 현대

김태환은 울산이 지난해까지 전북 현대에 밀려 3년 연속 리그 준우승에 머물 때 늘 함께했다. 그는 “우리가 (전북보다) 실력이 모자랐다”며 “올 시즌엔 (김)영권이처럼 또래의 좋은 선수가 합류해서 더 든든하다. 매 경기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뛰면 올해 우승이 우리 손에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올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꿈도 언급했다. 그는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소속팀에서 몸을 잘 만들어야 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올해 동계훈련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수준급 선수로 불리지만 늘 ‘다혈질 캐릭터’로 비판을 받을 때가 있다. 대표팀을 오가며 이전보다 성숙한 대처를 보이나 여전히 일부 팬은 그가 경기 중 흥분할 때마다 우려 목소리를 낸다. 때론 상대 팀이 김태환의 이런 성향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는 “경기 중 (내게 거칠게 나올 때) ‘팀에서 누군가가 지시한 것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어릴 땐 그런 행동을 참지 못하고 맞섰는데, 지금은 ‘얼마나 간절하면 그럴까’라며 최대한 (감정을) 제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에서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팀에 불이익을 줄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팬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더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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