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키움은 올해 험난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주포 박병호(36)가 KT로 이적했고, 마무리 조상우는 입대했다. 투타 기둥이 빠져나간 채로 시즌을 치러야 해 홍원기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전력이 약한 팀은 수비로 버티고 기동력으로 짜내야 한다. 공격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김혜성(23)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미있는 점은 타석에서 드러나는 김혜성의 모습에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의 향기가 난다는 점이다. 바깥쪽 공략에 눈을 떠 데뷔 첫 3할 타율(0.304)을 돌파한 배경에 바깥쪽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스포츠서울이 빅데이터 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에 의뢰해 지난해 김혜성의 바깥쪽 공략 특성을 들여다봤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로 날아든 공은 675개였는데, 이 가운데 152개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냈다. 타이밍이 빨라 당겨친 타구는 대부분 땅볼이 됐지만, 노림수를 갖고 밀어냈을 때에는 좌익수 왼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우측 외야로 날아간 타구가 2%에 불과했고, 중견수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보낸 타구는 38%에 달했다. 바깥쪽에 손을 대 날아간 타구의 50%(땅볼 포함)가 왼쪽으로 향한 점은 김혜성의 볼을 맞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
보통 힘이 약한 타자들은 스윙을 강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감아 돌리는 스윙을 많이 한다. 그러나 맞히는 능력이 있는 타자들은 소위 ‘결대로 치는 것’에 집중한다. ‘용규놀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용규는 결대로 치는 타격에 매우 능한 선수다.
지난해 김혜성은 바깥쪽 공에 타율 0.296를 기록했다. 2020년에도 바깥쪽 대응력이 0.281로 나쁘지 않았지만, 헛스윙율이 20%에서 10%로 줄어든 점은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바깥쪽 체인지업에 대한 헛스윙 비율이 34%에 11%로 급감해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 타자로 거듭났다. 2020년에는 바깥쪽 공 10개 중 6개 꼴로 배트를 내밀었지만 지난해는 3개로 절반가량 줄었다.
|
김혜성이 바깥쪽 공략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오른손 투수에 대한 약점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0년 0.259였던 우투수 상대 타율이 지난해 0.292로 크게 높아졌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체인지업을 걸러내기 시작하면서 왼손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 대응력도 향상돼 공격 첨병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도루왕(46개)에 오른 빠른 발은 헐거운 타선에 득점력을 배가할 가장 확실한 무기다. 출루율을 4할대로 끌어 올릴수만 있다면 이정후, 야시엘 푸이그, 송성문 등이 버티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타격 지표 향상은 과감한 수비로 이어진다. 특히 김혜성은 수비 안정감이 타격으로 이어지는 편이라 이른바 ‘감정 분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표면적으로는 최다 실책 불명예를 안았지만, 수비 범위나 타구에 대한 반응 속도 등을 고려하면 뛰어난 수비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키움이 지향해야 할 기동력과 촘촘한 수비는 김혜성이 완성해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