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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오, 월드스타!” “전우야!”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톱배우 이정재와 군대동기 유재석이 만났다.
12일 방송된 tvN‘유퀴즈-베네핏이 있나요’에 전세계 94개국 넷플릭스 1위, 17일만에 1억명 시청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오징어게임’ 이정재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딱붙는 검정 가죽 바지를 입고나온 이정재는 “이게 좀 앉기가 불편하다”면서 유재석의 매너손(?)을 잡고 착석해 등장부터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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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사실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잘 될줄 알았나?”라고 묻자 이정재는 “촬영을 10개월 동안 했는데, 성기훈의 그 꾀죄죄한 룩을 유지하느라 머리도, 수염도 안 자르고 옷도 신경 안쓰고 다녔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래서 걱정 많이 했다. ‘대체 뭘 찍냐’고 그랬었다”며 웃었다.
제목만 듣고는 대체 무슨 장르인지 감도 안 올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넷플릭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지만 촬영 당시에는 시즌2가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이정재는 “출연자 각각이 짙은 애환이 묻은 캐릭터가 모여 있어고, 서바이벌게임 보다 어떤 애환을 가진 이가 어떤 결말로 가느냐를 따라가는 과정이라서 시즌2는 어렵지 않나 했는데, 너무 잘 되서 지금은 안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이정재는 할리우드 톱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셀카를 찍고, 스티븐 콜베어쇼에 출연하고, 데뷔 30년차에 뉴욕타임즈가 뽑은 ‘2021년을 빛낸 샛별’에 등극하기도 했다.
유재석이 “반 백살에 샛별이 됐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놀리자 이정재는 “그것 때문에 참 연락 많이 받았다. 너 이제 샛별 됐냐고. 하하. 뭣보다 각 나라 입국할 때 도장 찍어보시는 분들이 알아보고 식당가도 알아보고 너무 많아서 신기하다. 이름이 어려우니 보통 ‘456번’이라고 많이들 하신다”며 웃었다.
‘오징어게임’ 전과 후 가장 차이점을 묻자 작품에 대해 더 깊어진 고민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인기가 많아져서 행복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만큼 앞으로 찍어야 하는 작품들에 대한 부담감이 좀 많아졌다. 흥행보다는 질적 성장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의 인기보다 나중에도 인기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진실성과 퀄리티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깊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의 작품들이 극장에 영화가 걸리는 시간,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점에 홍보를 집중했다면 OTT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발굴되는 수작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품만 뛰어나다면 전세계 어딘가에 그 가치를 알아보는 팬이 등장할 수 있는 시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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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에서 그가 연기한 ‘쌍문동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전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화려하고 멋들어지고 깔끔한, 이런 게 이정재의 수식어가 되어버렸는데, 사실 성기훈이 살던 딱 그만한 집에서 어릴 때 살았다. 성기훈네는 방이 2개였는데, 우리는 방이 따로 없이 거실만한 집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촬영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첫 촬영 하고 그 시장 길을 계속 걸었다. 성기훈은 기억 속 내 모습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성기훈화 됐다”라고 고백했다.
유재석은 “‘오징어게임’으로 처음 이정재를 알게된 해외팬들이 멀쩡한 이정재 보고 놀란다고 하더라”면서 “진짜 50살이냐” “이정재 씻으니 너무 잘생겨서 놀랐다” 등 팬들의 리얼한 반응을 전했다.
이정재는 “그런 글을 보고 국내팬들이 ‘오해 말아라. 이정재는 원래 이런 모습이다’라면서 계속 이렇게 내 사진을 올렸다. 양복 입고 몸 좋은 사진을 부지런히 올려서 날 알렸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영화 ‘도둑들(2012)’, ‘암살(2015)’,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 등을 통해 콰트로 천만 배우라는 쉽지않은 기록을 만들었다. 네 작품의 누적 관객수는 무려 5236만명으로 2021년 통계청 기준 한국 인구(5184만명)를 넘는 숫자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관상)” “일천 구백 십이년 경성에서 데라우치 총독 암살때 총맞은 자립니다. 구멍이 두개지요(암살)” “거, 중구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신세계·2013)”등 예능에서도 여러 번 패러디된 명대사도 갖고 있다.
이정재는 “영화 ‘관상’ 개봉 당시 한 여고생이 무대인사에서 갑자기 ‘김 묻었다’고 하길래 깜짝 놀랬다. 그때 이동하며 차에서 김밥을 먹고 갔었는데 이빨에 꼈나 했던 거다. 근데 그 분이 ‘잘 생김’이라길래 순간 무슨 말이지 하다가 웃었다. 그런 작은 행동이 굉장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라며 팬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군대 동기인 유재석과 이정재의 군 시절 에피소드도 등장했다. 이정재는 “재석이가 그때 신인 때 군에 왔는데 부대에서 행사 시나리오를 썼다. 본인이 직접 연출, 기획을 해서 나도 그 꼭지를 맡아서 꽁트도 하고 그랬다. 이상한 거 짜줘서 ‘재석아, 나 이거 해야하니?’그러면 ‘그래야 휴가를 가지’ 이래서 했다. 휴가가 걸려있으니까 지원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내가 그때 정재를 또 업어서 출근시켰다. 그때 국방일보가 오면 같이 배달해야 하는데 얘가 자꾸 늦게 나오니까. 어느날 정재씨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재석아 정재 어떡하니? 얘가 일어나지를 못 한다’ 그러면 내가 집에 가서 ‘전우야!’이러고 신문을 들고 얘를 업고 갔다”라고 말했다.
이정재는 “우리가 자꾸 군대 동기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두 분은 어딜 나왔냐’ 그러는데 방위(사회복무요원)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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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동료배우 정우성과는 ‘청담 부부’라고 불릴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SNS 아이디마저 연인급으로 정우성의 아이디(tojws)를 본따 그의 아이디(from_jjlee)를 만들었다.
친구이면서도 서로 존댓말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정재는 “예전에 남자 선배 둘을 봤는데 오랜 친군데 서로 존대를 하더라. 서로 너무 좋아해서 서로 위해주고 싶어서 존대한다고 하더라. 좋아보여서 누구랑 존대를 할까 하다가 우성씨가 딱 그랬다. 언제부터 말을 놓을지 그 시기를 놓쳤다. (존대를 하고 지내다보니) 20년간 만났는데 싸우고 그런 일이 없더라”고 말했다.
영화 ‘정사(1998)’ ‘인터뷰(2000)’ ‘시월애(2000)’ 등 한때 로맨스물의 주인공을 독차지했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악역이나 센 역할만 들어온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서글픈 현실인데, 젊을 때는 상큼하고 가슴 아린 시나리오가 왔는데 지금은 불륜에 치정이다. 이 나이에 멜로는 꼭 그래야만 하나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가 60~70세가 되어도 이 정도 꽉 끼는 가죽바지가 맞았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그는 “유명세가 쌓일 수록 일이 많아지지 않나. 내 생활이라 할 시간이 자꾸 줄고, 부모님과 식사할 시간도 줄고 그런 게 좀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이 유명해지고 본인들은 아니신데 불편하셨을 거다. 어디 여행가도 저기 떨어져 와라 그러시고. 그 불편함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이러다가는 우리 가족이 안 보고 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유명인이 아니라 연기자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명절에 오지 말라고 하는데, 그럴 때라도 봬야지 자꾸 오지말라고 하시면 서운하다. 신정 때 구정 때 또 가겠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며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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