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광양=김용일기자] “왼발잡이끼리 통하는 ‘각’이 있다. 그래서 (최)정원이가 와서 편하고 좋다.”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가 2부리그 팀 사상 처음으로 FA컵을 우승하는 데 이바지한 김현욱(27)은 올겨울 팀에 합류한 ‘동갑내기’ 최정원(27)을 바라보며 웃었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 박찬용이 떠난 중앙 수비진에 새 리더로 최정원을 점 찍고 영입에 성공했다. 키 186㎝ 장신이자 왼발잡이 센터백인 최정원은 지난 2018년 J2리그 파지아노 오카야마에서 프로로 데뷔해 세 시즌 간 활약한 뒤 지난해 수원 삼성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정규리그 19경기(1골)를 뛰며 팀의 파이널A행에 힘을 보탰는데, 새 시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자 전남으로 적을 옮겼다.
최정원에게 김현욱은 좋은 안내자다. 동갑내기로 편하게 지내면서 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전남에 입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김현욱은 지난 2019년 강원FC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그해 여름 전남으로 이적해 주력으로 거듭났다. 전 감독이 지향하는 조직적인 수비 밸런스, 실리적인 역습 축구에 특화한 움직임으로 ‘믿을 맨’이 됐다. 그는 2022시즌 전남의 ‘주장 완장’을 달았다.
게다가 둘은 같은 왼발잡이. 특히 최정원처럼 ‘왼발잡이 센터백’은 희소가치가 있다. 그는 수비 역량 뿐 아니라 빌드업에도 능한 편이다. 이 얘기에 김현욱은 “내가 2선 왼쪽에 주로 서는데 후방에서 (정원이가) 왼발로 보내는 패스가 편하게 들어와서 좋더라. 자연스럽게 공격 템포가 빨라지고 다양한 옵션이 생긴다”고 만족해했다. 최정원도 “현욱이는 공을 잘 다루고 드리블 템포가 다르다. 나처럼 키 큰 수비수가 막기 어렵다. 더 편하게 공격하도록 나도 조력자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둘은 식사도 종종 함께한단다. ‘누가 밥값을 내느냐”는 말에 최정원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낸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현욱은 “(주장인) 내가 더 사야 한다. (현역 은퇴한) 최효진 코치께서 ‘주장은 지갑을 자주 열어야 한다’더라. 팀을 위해서 기꺼이 그럴 생각”이라고 웃었다.
전남은 2부 뿐 아니라 K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특색 있는 축구를 한다. 그저 수비적인 축구가 아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혼연일체가 돼 공간 인식을 하고 효율적인 방어, 그리고 역습을 뽐낸다. 최정원은 “타 팀 소속으로 경기를 볼 땐 수비적으로 단단한 팀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훈련해보니 왜 실점이 적은지 알겠더라”며 “예를 들어 상대 크로스 때 약속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한다”고 전 감독 축구에 신뢰를 보였다.
김현욱은 주장답게 조언도 건넸다. 그는 “1부와 비교해서 2부는 좀 더 도전적이고 역동적”이라며 “지난해 여름에 체력적으로 어려움도 느꼈는데 올 시즌 대회가 많지 않느냐. 잘 먹고 잘 쉬면서 한 시즌 기복 없이 관리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둘은 ‘환상의 왼발 케미’를 그리며 전남의 또 다른 비상을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