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포토]
서울 SK 김선형. 용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용인=최민우 기자] “내 꿈은 ‘농구 도사’가 되는 것!”

서울 SK 김선형(34)이 구단 최초 통합우승을 정조준한다. 전희철 감독 부임 후 더욱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한 SK는 라이벌을 차례로 격파했다. 9연승을 질주 중인 SK는 27일 현재 27승 8패로 단독 1위다. 시즌 중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사령탑과의 긴밀한 호흡으로 팀을 단단하게 정비했고 연승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수원 KT와 승차도 4경기로 벌어졌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의 ‘에이스’ 김선형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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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용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30대 중반. 프로 농구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김선형은 코트 안팎으로 한결같은 모습이다. 경기장에서 그는 여전히 누구보다 공수전환이 빠르다. 노련미가 가미된 화려한 드리블 돌파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른 중반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강철체력이다. 김선형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결혼”이라고 답한다. 그는 “자취생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거다. 혼자 살 때는 인스턴트를 주로 먹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내가 해준 건강한 밥상을 받으니까 몸이 좋아지더라. 내조 덕분이다. 정말 결혼 전과 후가 확실히 비교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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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제공|KBL

최근에는 덩크슛을 꽂아 넣는 빈도도 높아졌다. 클러치 상황에서 김선형이 공을 들고 림을 강타하면,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관중석도 함성으로 가득 찬다. 선수들도 힘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김선현은 “덩크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가장 큰 목표는 상대 기를 꺾기 위함이다. 덩크를 하면 분위기가 확 넘어온다”며 “두 번째는 덩크는 멋있지 않나. 그래서 더 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신장이 크지 않은 선수가 하면 더 짜릿하다. 힘 닫는 데 까지 날아오르고 싶다”고 했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덕에 김선형은 그야말로 ‘회춘’했다. 허훈(27·KT)과 변준형(26·KGC) 등 20대 선수들과 매치업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후배들과 맞대결이 즐거운 김선형이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어린 선수들과 강하게 부딪히고 싶다. 에이스들과 맞붙는 거 아닌가. 라이벌 의식도 있다. ‘내가 여기서 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전쟁이지 않나. 최근에는 좋은 가드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동기부여가 된다”며 농구화를 벗는 순간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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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오른쪽)이 팬에게 사인하고 있다. 제공|KBL

전쟁이 끝나고 나면, 김선형은 환한 표정으로 팬들을 대한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연쇄 사인마’다. 경기장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다. 비록 코로나19로 팬들과 만날 일이 적어졌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작지만 큰 팬 사랑을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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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용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선형은 “버스 타기 전에 사인을 해주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우리 팀 선수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원정 경기를 갔을 때는 더 신경 쓴다. 서울 팬들은 최대 27번을 볼 수 있는데, 원정은 세 번밖에 못본다. 그래서 더 많이 팬 서비스를 하려 한다. 지금은 방역수침 때문에 제약이 많다. 경기 끝나면 팬들이 SNS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려주는데, 내 계정에 게시하는 걸로 대신 소통하고 있다. 팬들이 있기 때문에 프로가 있는 거라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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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제공|KBL

올스타전에서 선보인 춤 실력도 장안의 화제다. 김선형은 선수 입장 때 비의 ‘레이니즘(Rainism)’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웨이브 실력이 전문 댄서 못지않았다. 마지막에는 그동안 갉고 닦은 복근을 보여주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김선형은 “올스타 때마다 춤을 연습했다. 10년이 지나면서 틀이 생겼다. 레이니즘은 유튜브를 보고 따라 했는데, 복근 퍼포먼스가 하고 싶었다. 그래도 유부남이기 때문에 아내의 허락을 구했는데, ‘집 밖에 나가면 팬들의 남자가 되라’고 하더라. 아내가 밀어준 덕분에 더 열심히 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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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제공|KBL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으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선형이다. 리그 최고의 가드와 함께 SK는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코로나19로 중단된 2019~2020시즌에는 1위를 차지했다. SK는 1997년 창단됐지만, 통합 우승은 단 한차례도 없다. 김선형은 이번 시즌 반드시 팀에 첫 통합우승 타이틀을 걸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금은 어느 팀과 붙어도 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우승이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운도 필요한데, 지금 우리 팀에 우승의 기운이 느껴진다. 반드시 통합우승을 이루겠다”며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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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 용인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개인 목표는 ‘농구 도사’가 되는 일이다. 김선형은 “팬이 ‘김선형의 전성기는 지금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내년’이라고 답했다. 아직 나도 성장 중이다.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전성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려 한다. 농구를 잘하는 게 내 농구 인생의 목표다”고 말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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