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조사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자영기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으로 불리는 2030 세대의 지난해 아파트 매입 비중이 조사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2030 세대가 지난해 가파른 집값 상승에 놀라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 구입에 나선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 세대(20대 이하 포함)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평균 31%로 집계됐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19년의 28.3%, 2020년 29.2%에 이어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높았다. 서울은 지난해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41.7%로 2019년의 31.8%, 2020년의 37.3%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에서는 직장과 가까운 도심이나 전셋값이 높고, 집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매입 비중이 높았다. 강서구는 2020년 46%에 육박했던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지난해 51.5%까지 치솟았다. 성동구도 2020년 49.0%에서 지난해는 51.1%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었다. 노원구는 2020년 38.6%였던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지난해 49.3%로 10%p 이상 오르며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는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데다 전셋값 비중이 높아 갭투자가 용이하며 일부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관악구도 이런 이유로 2020년 37.7%였던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지난해 47.3%로 10%p 가까이 높아졌다. 이어 동대문·구로구(각 46.9%), 서대문구(46.8%), 중랑구(46.5%), 영등포구(46%) 등도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이 45%를 넘었다.

인천과 경기도 역시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인천은 2020년 27.2%였던 이 비중이 지난해 33.2%로 올랐고, 경기도는 30.4%에서 36.3%로 증가했다.

반면 고가의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는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이 저조했다. 강남구는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2020년 28.5%에서 지난해는 26.7%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감소했다. 서초구는 28.6%에서 32.5%로, 송파구는 33.9%에서 37.8%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서울의 경우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7월 44.8%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의 2030 세대 매입 비중은 지난해 8월 41.2%로 줄었다가 10월 40.0%, 11월 39.9%, 12월 38.0% 등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2030 세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은 약세로 돌아섰는데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끌족·빚투족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당장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무리한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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