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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천=윤세호기자] 쉽지 않은 선택이자 도전이다. 30대 중반을 향하는 베테랑이 멀티 포지션을 자청했다. 출장 기회가 보장된 중심타자가 익숙치 않은 1루수 미트를 착용했다. 다음 겨울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것을 고려하면 역효과를 우려할 수 있지만 팀을 우선순위에 뒀다. LG 외야수이자 1루수 채은성(32)이 포지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채은성은 지난 3일부터 시작한 이천 캠프에서 외야수조가 아닌 내야수조에 편성됐다. 내야수들과 함께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LG 구단 또한 일찌감치 채은성의 1루 이동을 고려해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로 외야진 초안을 짰다. 박해민의 FA 영입 역시 이러한 구상 속에서 이뤄졌다.
물론 채은성의 자리가 1루로 완전히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채은성이 우익수와 1루수를 두루 소화할 경우 보다 다양한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다. 지명타자 자리를 활용한 체력안배도 용이해진다. 하루아침에 진행된 일도 아니다. 지난 시즌 중에도 채은성은 경기 전 꾸준히 1루 수비 훈련에 임했다.
채은성은 7일 오전 훈련을 마치고 “작년 중반부터 꾸준히 1루 훈련을 했다. 나는 전문 외야수가 아니고 다른 외야수들과 비교하면 다리가 빠른 편도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1루수도 하는 것을 고려했다”며 “둘 다 하면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나 또한 출장 기회가 늘어나니까 내게도 좋을 것이다. 김민호 코치님이 제안해주시고 감독님도 허락해주셔서 이렇게 1루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험은 있다. 채은성은 처음 1군 무대에 올랐던 2014년 1루수로 17경기에 출장해 110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기억을 두고 “그 때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1루를 봤다. 이후 외야 한 자리가 비면서 외야수를 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 1군에 올라와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 지금은 그 때처럼 어렵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새롭게 한 자리를 더 해본다는 생각”이라고 다시 1루에 서는 소감을 밝혔다.
1루수로서 욕심이 큰 것은 아니다. 팀이 채은성에게 바라는 것도 특별한 호수비보다는 안정감이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반 리드 상황에서 출장할 1루수로 이상호, 문보경, 송찬의, 이영빈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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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성은 “지금 당장 다이빙 캐치를 하거나 어려운 타구를 잡는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내 구역에 들어온 타구를 착실히 잡고 동료들의 송구도 안정적으로 잡고 싶다. 동료들도 많이 챙겨주고 도와준다. (김)민성이형, (오)지환이, (서)건창이 등의 송구를 받고 정말 편해서 감탄도 한다. 그냥 베테랑이 된 게 아니더라”고 미소지었다.
모험일지도 모른다. 캠프 기간 장기인 타격에 집중하고 다가오는 시즌 활약하면 FA로서 대형계약을 체결할 확률도 올라간다. 마침 다음 겨울 최대어로 꼽히는 구자욱, 그리고 거포 한유섬이 소속팀과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자연스럽게 채은성이 예비 FA 외야수 중 최대어가 됐다.
하지만 채은성은 FA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FA는 잘 한 선수가 받는 보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몇차례 남을 신경쓰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했는데 잘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내 자신이 무너졌다. 외야와 1루를 겸업하는 것도 내 가치를 높이거나 FA가 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준비해온 것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는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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