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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과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브레이브 CF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죽어라 싸웠다. 아내에게 꼭 아파트를 사주겠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피와 함께 흘렀다. 지난달 7일 대구시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로드 투 브레이브CF’(Road to Brave CF, 이하 브레이브CF)가 열렸다. 브레이브 CF는 UFC, 벨라토르, 원챔피언십과 함께 세계 4대 격투기 단체로 불리고 있다. 브레이브CF는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택해 이날 첫 대회를 열었다.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만큼 대진에 신경을 썼다. 메인이벤트는 방재혁(25·코리아탑팀)과 이민혁(24·익스트림컴뱃)의 68kg 계약체중 경기였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중량급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어서 팬과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두 선수는 3라운드 내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난타전을 벌였다. 두 선수 모두 유혈이 낭자한 채 경기를 진행했다. 결과는 2:0으로 방재혁의 판정승이었다. 두 심판은 29:28로, 한 심판은 29:29로 채점을 매기는 등 치열한 승부였다. 방재혁은 승리 후 케이지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을 발휘하며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넘치는 투지와 함께 팬들을 매료시킨 것은 그의 소감이었다. 방재혁은 “아직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못 했다. 죽으라 열심히 해서 아내에게 아파트를 선물하겠다. 애니! 너무 사랑해”라며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열정으로 시작한 격투기, 뜨거운 마음으로 쟁취한 사랑, ‘열혈남아’ 방재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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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과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 승리의 원동력은.

배고픔과 간절함이었다.

- 경기 후 ‘My dream is my home’이라며 집을 언급했다.

결혼했지만 아직 집이 없다. 브레이브CF에서 파이트머니를 많이 준다고 해서 메인이벤트를 수락했다. 집을 사고 싶어서 죽어라 운동했다. 빨리 결혼식을 하고 싶다.

- 공개석상에서 ‘사랑한다’라는 말을 연발하는 등 아내의 사랑이 지극하다.

아내는 러시아 출신의 모델이다. 이름은 필리포바 아나스타시아이다. 집에서는 애니라고 부른다. 당산동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아직 여유가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너무 사랑해서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 아내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은.

첫 번째는 아파트를 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주도에 집 한 채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 아내의 일이 궁금하다.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온 이유는 공부 때문이었는데, 너무 예뻐서 내가 강권해 모델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너무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체질이다. 굉장한 미인이다. 대형 에이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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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의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 이민혁과 난타전을 벌였다.

굉장한 시합이었다. 경기 후 소변을 봤는데 색깔이 갈색이었다.

- 어떤 훈련과 전략으로 임했나.

상대가 레슬링으로 압박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라운드를 내주지 않는 전략으로 훈련했다. 타격과 킥으로 선제공격을 차단하는 동시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방법을 썼다.

- 라운드별 상황이 궁금하다.

1라운드는 원투 전략이 잘 맞아 들었다. 같은 팀에서 나를 지도하고 있는 UFC 파이터 정다운 형이 시합 전에 조언했는데 유효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 것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2라운드는 잽으로 풀다가 기회가 왔을 때 난타전을 벌였다. 상대가 휘청거리긴 했지만 끝내 KO 시키지 못해 아쉬웠다. 정말 이민혁의 맷집은 대단했다. 3라운드는 나와 이민혁 모두 온 힘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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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DF에 세컨드로 참가한 박준용(왼쪽)과 정다운이 방재혁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세컨드가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준용과 정다운이다.

두 형이 상황에 맞게 잘 봐줬다. 전체적으로 준용이 형이 리드를 잘해줬다. 세컨드를 봐주는 사람 중 준용이 형을 가장 선호한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해서 잘 들리고 전반적인 흐름을 잘 봐줘 도움이 많이 된다. 다운 이형은 나와 스타일이 비슷해서 큰 도움이 된다. 두 형님이 세컨드로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 (웃음)

- 경기 후 이민혁과 깊은 포옹을 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저절로 포옹하게 됐다. 끝나고 술 한잔하자고, 같이 훈련하자고 말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민혁 선수도 상심이 클 텐데 먼저 연락해서 술 먹자고 하는 것이 미안해서 아직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같이 술도 먹고 훈련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 보완할 점은.

이번에는 타격 위주로 했는데, 그래플링 등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고 싶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체력을 2배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격투기를 시작할 때는 힘과 투지로 밀어붙였는데, 지금은 가슴과 머리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시합 전에 항상 되새긴다.

- UFC 진출을 선언했다.

4연승이지만 전적이 9승 5패다. 안전하게 이력서를 넣으려면 12승 5패는 돼야 할 거 같다. 올해 3연승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

- 열정이 넘친다.

가슴 뜨거운 사나이다. 아내와 함께 재미있게, 가슴 뜨겁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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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과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어린 나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복싱을 시작한 것이 격투기까지 하게 됐다.

- 격투기의 매력은.

시작하면 절대 그만두지는 못하는 스포츠다. 뜨거운 주먹을 교환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사용했을 때의 쾌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가 없다. 강해져 가는 나 자신을 보면 매일 매일 즐겁다.

- 파이터로서의 강점은.

뜨거운 심장과 날카로운 타격이다. 맷집도 좋고 배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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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의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 모토는.

격투기에 살고 격투기에 죽는 격생격사(格生格死)!

- 취미는.

낚시, 캠핑, 게임, 고양이랑 놀기이다.

- 영어가 유창하다.

외국어라는 것 때문에 영어에 호기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 드라마를 보거나 팝송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아내가 러시아 사람이어서 집에서는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익히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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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과 아내인 아나스타시아. 사진제공 | 방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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