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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인프피(INFP)‘라 소심해서 대범하게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실수를 안 하지 않았을까. 그냥 현 상황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을 것 같다(웃음).”24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고상호(36)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열정적이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한 유튜브 채널(‘김리와 함께하리’)에 출연해 MBTI가 ‘엔프피(ENFP)’로 나왔던 고상호는 ‘E’(외향형)가 나온게 이상해서 여러번 다시 해봤더니 앞자리가 ‘I’(내향형)인 ‘인프피(INFP)’였다고 한다.
‘소심한 인프피’라는 고상호는 지난 22일 종영한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 속 의사 ‘안태현’처럼 행동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상호는 드라마 속에서 거절할 수 없는 압박과 유혹에 흔들려 악행을 저지르고 마는 흉부외과 펠로우 4년 차 ‘안태현’ 역을 맡았다. 이에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안태현이 열등감에서 출발한 캐릭터였지만, 본업에 충실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외모적인 것에 신경을 안 쓰는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다. 의사의 힘든 모습을 많이 보여서 그런 것들이 안태현의 실수로 연관되어졌을 때 조금이나마 대중에게 이해의 여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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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잘못된 선택이 어디까지 사람을 몰아갈 수 있는지, 어떤 타이밍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후반부에 보면 차영민 교수님(정지훈 분)이 저에게 믿음을 준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 일이 더 큰 죄책감과 이루어져 가면서 이 캐릭터가 마지막까지 타이밍 부분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들이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캐릭터가 본심에 선함이 있었기 때문에 자수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배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판타지와 유쾌함 속에서도 ‘선택의 순간’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 속 ‘안태현’은 마지막에 스스로 자백함으로써 ‘좋은 삶’의 길을 찾았다. 고상호는 자신에게 ‘좋은 삶’에 대해 “지금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드라마가 아름답게 잘 마무리돼 인터뷰하게 되고 이렇게 드라마가 좋게 끝났기 때문이다.내가 속한 단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그런 기쁨을 얻었을 때 오는 보람이 내게는 좋은 삶이지 않을까 한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촬영 중 재밌는 에피소드로 “정지훈(비)씨 같은 경우는 워낙에 동경하던 인물이었고, 실제로 같이 연기를 하게 돼서 성덕이 됐다”며 “지훈이 형이 워낙 개구지고 장난기가 많아서 우리는 웃음을 못참아서 많이 힘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형이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다보니까 이런 저런 애드리브를 하신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반응을 안 해야 하는데 애드리브가 난무해서 웃음을 찾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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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에 연이은 악역이자 ‘낭만닥터 김사부2’에 이어 의사 역할이다. 연기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수월한 부분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내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며 “한 순간의 선택의 잘못으로 인해서 나쁜 삶으로 진행되어 가는 안태현을 그리는 것이라 빈센조와 차별점이 있었고, 의사로서 명예에 충실했던 양호준(낭만닥터 김사부2)과도 차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 역할을 할 때 수술 장면과 의사들이 하는 행동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고상호는 “지난해 8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던 ‘고스트닥터’가 6개월여 간 촬영하고 종영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그리고 안태현 역할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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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호는 2008년에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극무대 15년차 배우다. 베테랑에다 수많은 뮤지컬 팬도 보유하고 있는데, 드라마 속 내지는 드라마 현장에서 잘 몰라봐주는 게 서운하진 않았을까. 그는 “극무대와 드라마 속의 인지도에 대한 괴리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점점 알아봐주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이런 것 보단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 천천히 조금씩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공개된 베어더뮤지컬 ‘Bare’ OST에서 고상호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다. 뮤지컬배우 출신다운 뛰어난 노래실력 속에 노래톤이 연기톤과 상당히 다른 고운 미성을 가지고 있었다. 고상호만의 반전매력일까. 이에 대해 “‘베어’는 그런 목소리를 내야하는 캐릭터였다. 연기할 때 캐릭터마다 목소리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다. 베어 OST를 부를 때 그 캐릭터는 그랬다”며 “출연 드라마의 OST를 부른다면 영광일 것 같다. 내 드라마의 OST를 부르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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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호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4년, 21살의 나이였다. 그는 서울의 한 극단에 들어가 연기와 탭댄스를 배웠다. 이 시기에 대해 “이때 극단에 있을 때 선배들이 했던 조언이 큰 자양분이 됐다.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자세, 덕목 등. 그땐 합숙활동을 해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그런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런 게 전혀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당연하게 그런 모든 것들이 기본 토대가 됐다. 그 극단은 지금은 없다. 프로젝트성으로 운영된 거라 1년 반 정도만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제주도 귤 농사를 하는 부모님을 도와 약을 치러 가기 싫어서 연습량이 많은 고등학교 연극부에 들어갔다. “집안일 하기 싫어 연습이 많다고 하니까 들어간 거지만, 다른 사람을 표현했는데 극을 보는 관객이 영감을 받고 공감한다는 것 자체가 참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공연 끝나고 박수소리를 듣는 것도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뮤지컬, 연극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에피소드에 대해 “하나만 꼽자면 ‘미드나잇’ 작품이 제일 생각난다. 초연부터 제가 쭉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내가 하면서 재밌게 했고 그 작품 텍스트를 좋아했고 탭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때려넣은 작품이라 애착이 간다”며 “‘고지터’라고 팬들이 불러주셨는데 나야 뭐든 불러만 주셔도 감사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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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고상호와 극무대 속 고상호는 자신이 생각했을 때 어떻게 다를까. 그는 “드라마 속 고상호는 아직 조금 얼어있는 것 같다. 아직은 어색하다. 반면, 무대 속 고상호는 날아다니고 내 공간이다 보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안정감과 익숙함의 차이다”라고 구분지으며 “영화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성심성의껏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최근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이름 알려진 배우들이 다시 극무대로 돌아가고 있다. 배우 황정민, 이상윤, 오영수, 이희준, 이시언 등 스타배우들이 극무대로 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상호는 “무대가 주는 매력이 배우에게는 되게 큰 것 같다. 매체로 충족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무대는 배우에게 큰 시너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순재 선배님께서 일년에 한 편씩은 꼭 공연을 하려한다는 것에 크게 공감한다. 배우에게 리프레시가 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고상호는 신인배우고 악역 전문 배우이며, 배신 전문배우로 아직은 인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알아봤더니 무대배우인 것 정도. 대중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던 ‘고상호’스럽게 잘 소화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며 “나중에 대중이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런 면도 있구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피엘케이굿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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