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과몰입을 부르는 불륜 연기로 전국민의 분노를 샀던 배우 박해준이 이번엔 망가짐도 불사한 지질한 40대 아저씨로 돌아왔다.

티빙 오리지널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하 아직 ‘최선’)은 44춘기 자발적 백수가 웹툰 작가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성장 드라마다. 박해준은 극 중 대책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웹툰 작가 지망생이란 이름으로 백수가 된 40대 아저씨 ‘남금필’ 역을 맡았다.

대본을 받고 그날 저녁에 바로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남금필이란 인물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해준은 “근래에 보기 힘든 대본이었다.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찾고 있었고, (그런 이야기에) 목이 말랐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을 보고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다”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족 중에 남금필 같은 사람이 꼭 하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리얼하게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40대 가장인 금필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에게 지우는 의무와 책임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새 도전을 시작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응원을 부르면서도, 한편으론 다소 괴짜스럽고 철부지 같은 모습은 실제로 내 옆에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리얼함’을 안겼다. 앞선 작품에서 주로 무게감 있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박해준은 이번 작품에서는 실감나는 생활 연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악역부터 순정남, 불륜남까지 다양한 역을 맡아온 그이지만, 이번 드라마에서처럼 지질한 역은 처음이다.

잘생김을 내려놓고 어벙해 보이는 곱슬머리에 까칠한 수염, 지질한 표정연기까지. 배우로서 이미지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 “평소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집에서 입는 구멍난 추리닝을 입고 촬영했다는 그는 “가장 나다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평소에 리얼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눈여겨봐 놨다가 실생활에 맞는 연기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많이 공감해주셔서 내가 의도했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구나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금필과의 싱크로율을 50%로 꼽은 박해준은 금필 같은 삶을 부러워했다.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약하다. 그래서 탐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난 지점으로 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사는 인물이더라. 반성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금필이란 인물 자체가 지질하고 한심하고 어떻게 보면 욕먹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JTBC ‘부부의 세계’와는 다른 면으로 욕먹을 거 같았다.(웃음) 금필이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고 동정이 가는 인물을 만들려했다”고 덧붙였다.

금필이 아닌 박해준이 꿈꾸는 ‘갓생’(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많은 배우들이 “힘이 닿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반면 박해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늘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언제든지 이 일을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죽기 전까지 배우를 하겠단 마음은 없다. 마음이 여유롭게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의 꿈 역시 대단히 큰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소확행’에 가깝다. “배우 일도 늦게 시작해서 아직 다른 꿈은 언감생심이지만, 상상해본 건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머리가 희끗희끗할 만큼 나이도 먹고 난 후 강원도에 조그마한 맥줏집을 하나 내서 아내와 둘이 낮에는 바다에서 물고기 잡고 밤에는 맥주 한 잔 먹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삶을 꿈꾼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