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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다.”
KIA 김종국 감독이 ‘초보 사령탑’ 답지 않은 이례적 ‘모두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정규시즌 2차전을 앞두고 “모처럼 많은 팬께서 기대를 하고 구장에 오셨는데, 부족한 경기력을 보였다.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더라면 오늘(3일) 더 많은 팬이 찾으셨을 텐데, 여러모로 죄송하다. 이 말씀을 먼저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전 브리핑 시간에는 통상 선발 라인업을 공개한 뒤 전날 경기를 복기하고, 당일 경기 계획을 공개한다. 취재진의 질의 전 감독이 ‘모두 발언’을 먼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감독 데뷔전이자 양현종의 복귀전, 김도영 김석환 황대인, 소크라테스 브리토, 나성범 등의 개막 데뷔전을 대패했으니 속이 쓰릴 법도 한데, 김 감독은 실망했을 팬에게 먼저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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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 경기 만에 기조를 바꾸지는 않았다. 이날 선발 라인업은 개막전과 똑같다. 김도영이 변함없이 리드오프로 출전하고, 황대인 김석환이 6, 7번 타순에 포진한다. 김 감독은 “팀을 끌어가야 할 선수들이다. 한 경기 실패했다고 교체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 (어린) 선수들이 기죽을 만한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투와 표정 모두 단호했다.
대신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남겼다.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더 못해도 되니까 기죽지 말라. 오히려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처음은 있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지난해 9위에 머물러 더 떨어질 곳도 없다. 겨우 한 경기 결과로 일희일비하기보다 작게는 개막 한 달, 길게는 3~4년 후를 내다보고 각자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어린 선수들을 향한 김 감독의 메시지다.
“솔직히 애가 탔다.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 험난하고 가시밭길을 걸어야겠지만, 묵묵히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한 김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 맞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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