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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잔잔한 물결이다.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막을 내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6일 올해 여자부 FA 계약 결과를 발표했다. 13명이 FA 자격을 얻은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이고은만 페퍼저축은행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나머지 12명은 모두 잔류를 택했다.
현대건설은 FA최대어 양효진, 고예림을 잡았고, 도로공사 역시 임명옥과 동행을 이어간다. IBK기업은행은 표승주, GS칼텍스는 안혜진 등 팀 내 주축 선수를 모두 지켰다. FA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한 자원 모두 원소속팀과 다시 손을 잡으면서 각 팀은 전력 누수도, 보강도 없이 차기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시끌벅적해야 할 시장은 2시즌 전부터 얼어붙었다. 2020~2021시즌에는 이소영(GS칼텍스→KGC인삼공사)만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후 보상선수 지명, 트레이드 등이 이뤄졌지만 굵직한 이동은 최근 몇 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불과 3시즌 전 선수 한 명의 이동이 연쇄 작용을 불러일으키곤 했던 것과 다르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에는 팀 하나가 더 늘었다. 페퍼저축은행이 여자부 7개 구단의 서막을 올렸고, 상대적으로 샐러리캡 여유가 있었기에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터 이고은만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입맛만 다시게 됐다. 한 배구 관계자는 “선수들이 막상 팀을 옮기는 걸 꺼리는 눈치다. 예전과 다르다”고 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눈치다. 임명옥은 FA계약 당시 타팀으로부터 인상된 연봉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잔류하겠다고 못 박았다. 양효진 역시 마찬가지다.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팀에 남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배구 인생에서 은퇴하기 전 우승의 가치에 초점을 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안정성이다. 현재 팀에서 보장받는 것에 만족하면서 지내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판단했다.
이적은 선수와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성사된다. 한쪽만 원한다고 해서 될 리 만무하다. 프로는 돈으로 평가받고, 평가하는 곳이지만 주변 환경, 미래, 개인적인 가치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즘이다. 2022~2023시즌 이후 다시 FA시장이 열린다. 올해보다 더 많은 알짜배기 자원들이 쏟아진다. 지난 2시즌 간 잔잔했던 물결에 파도가 칠까.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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