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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배우 이민호에게 ‘파친코’는 도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를 마친 이민호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KBS2 ‘꽃보다 남자’ 오디션 당시를 많이 떠올렸다. 13년 전 느꼈던 감정이 교차되는 지점이 많았다. 늘 신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홀가분하지가 않았고, 내가 맞게 한 건가 어느 때보다 의심을 많이 했다. 그만큼 진정성있게 표현하고 싶었고 치열하게 빠져들 수 있었던 작품이다”라고 회상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편하지 않았던 ‘영원한 이방인’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삶과 한,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연대기다. ‘꽃보다 남자’ 이후 13년 만에 오디션을 통해 ‘파친코’에 합류한 이민호는 “오디션 제의를 받고 대본을 읽고 나서 이 작품, 이 캐릭터는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야기가 가진 힘 자체가 방대했던 작품이었다. 그 안에서 한수는 한수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살아나가는 모습이 공감돼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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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파친코’에서 젊은 시절 ‘선자’(김민하 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매력적인 인물 ‘한수’를 연기했다. 총명한 두뇌와 빈틈없는 사업 수완으로 무장한 한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선자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한수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절대 선이었던 사람이 생사의 과정 속에서 절대 악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처절했던 시대 속에서 한수만의 방식으로 거칠고 앞만 보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구를 죽여야하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외적으로 신경쓴 부분으로 “언제든 누구를 공격할 수 있고 상대의 에너지를 맞받아칠 준비가 된 사람이라 생각해 얼굴도 샤프하기 보단 투박한 느낌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기존 한국 드라마 준비할 때처럼 열심히 다이어트나 관리를 안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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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속자들’, ‘푸른 바다의 전설’, ‘더킹 : 영원의 군주’ 등을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난 이민호는 ‘파친코’를 통해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에 나섰다. 플랫폼의 변화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파친코’는 그에게 성장과 변곡점이 됐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늘 멋있고, 판타지스러운 인물을 많이 맡아 연기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정제되어 있던 나를 부수고, 야생으로 돌아가서 인간을 원초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국내에선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이기에, OTT 진출과 새 도전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환기구가 됐다. “늘 시청률과 흥행에 대한 부담을 갖고 연기해왔다”고 운을 떼며 “이런 것들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몇 년 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점에 이 작품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출연 결심을 한 큰 이유 중 하나도 이 작품이라면 그런 부담감에서 자유롭게 본질의 감정을 갖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대로 개인적으로 제일 자유로웠던 작품이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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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로 K-콘텐츠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이민호는 “정말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징어게임’의 이정재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선배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콘텐츠도 더 많은 국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새롭게 느껴주는 거 같아서 그런 점에서 더 책임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전보다는 쉽게 공감하고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어둡지만 아팠던 이면을 공유하고 그때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에 대해 표현해야 하는 배우로서 참여해 영광스럽고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역사에 대해 알아달라기보단 우리 선조들 윗세대 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가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애플TV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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