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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명언은 야구 경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선수 또한 스스로 글러브를 내려놓는 그 날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해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또다른 기회를 응시한 베테랑 투수들이 그렇다. 선발투수 혹은 필승조 중책을 맡아 선수 생활 막바지에도 뜨겁게 불타오른다.
방출에 따른 아쉬움보다는 미래를 응시했다. 지난해 롯데와 이별한 노경은(38)은 SSG 입단 테스트에 임했다. SSG는 올시즌 초반 박종훈, 문승원을 대신할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노경은을 대체자로 낙점했다. 캠프부터 호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노경은은 시즌 첫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 0패 평균자책점 0.82로 활약했다. 리그 최고령 선발투수지만 여전히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140㎞를 웃돈다. 다양한 구종과 무브먼트를 앞세워 SSG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NC 창단 필승조 임창민(37)과 김진성(37)도 노경은과 비슷하다. 방출 통보를 받고 좌절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바라봤다. 방출 결정 후 NC 구단에 고마움을 표시한 임창민은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마치 프리에이전트(FA)처럼 구단을 선택했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도약하고 있다. 임창민은 지난 12일 수원 KT전까지 6경기에 등판해 5.2이닝 3안타 1볼넷 5탈삼진 평균자책점 1.59을 기록했다. 필승조로서 3홀드·1세이브를 올렸는데 임창민의 1군 무대 세이브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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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은 방출 후 직접 9개 구단에 테스트를 요청했다. LG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기간 필승조 투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것을 고려해 김진성의 손을 잡았고 김진성 역시 캠프부터 L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10구단 중 가장 불펜진이 두꺼운 LG에서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성은 지난주까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 피안타율 0.100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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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계획적으로 신예 선수를 육성해도 언제 어디서 변수가 발생길지 모른다. 변수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움직이는 것도 구단의 능력이다. 육성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메이저리그(MLB) 구단도 늘 베테랑을 향한 문을 열어놓는다.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판단한 베테랑 투수가 공개 테스트를 열면 수많은 구단이 그를 찾아간다.
간절함은 신체 나이와 무관함을 SSG 노경은, 두산 임창민, LG 김진성이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유니폼이 어색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몇 년 전 모습처럼 친숙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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