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1위 달리는 팀 감독님도 고민이 있지 않겠습니까.”
에둘러 말했지만 고민이 크다. 초보답지 않은 대범함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는 KIA 김종국 감독은 “겨우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다. 한 시즌 내내 잘할 수는 없으니 믿고 기다리면 기량을 발휘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참아내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더니 “그냥 꾹 참는다. 이 꽉 물고”라며 웃는다. 시련 아닌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KIA는 기대보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롯데와 홈경기는 선발투수 한승혁이 1회부터 3점을 내주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시범경기와 첫 등판에서 향상된 제구를 뽐냈지만, 이날은 초구부터 정상 밸런스가 아니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정작 경기시작 직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꽤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된 날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지만, 선수들의 마음은 달랐던 모양이다.
|
경기시작 15분 만에 비로 중단됐고, 50분가량 기다렸지만 빗줄기가 굵어지자 노게임 선언이 됐다. 비가 잦아들어 재개했다면 아찔할 수 있는 상황. 삐걱대며 출발한 터라 우천 노게임은 KIA에 큰 행운으로 작용했다.
비단 이날 뿐만이 아니다. LG와 개막 시리즈부터 야수 실책으로 기선을 빼앗겼고, 첫 승과 연승의 기쁨을 누린 한화와 주중 3연전에서도 실책에 휘청거렸다. 현역시절 건실한 수비와 빠른 발로 주목받은 김 감독 눈에는 프로답지 않은 실책이 밟힐 수밖에 없을 터. 지난 7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1회초에만 실책 두 개를 저지른 유격수 박찬호를 1회말 공격 때 바로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경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낸 셈인데, 이후 경기에서도 야수들의 실책은 이어졌다.
|
설상가상 베테랑 타자들의 타격감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고, 시범경기 때 크게 불타올랐다는 점은 참작된다. 그렇더라도 점수가 꼭 필요한 상황에 나오는 병살타나 팝플라이 등은 김 감독이 추구하는 ‘팀플레이’와도 거리가 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김 감독은 가급적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기죽을 말은 올시즌 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다.
이를 꽉 물고 참아낸다는 김 감독의 말은 자신과 약속을 지켜내면서 팀 밸런스를 회복할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당분간은 김 감독에게 마우스피스가 필요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