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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마냥 돈을 많이 쓴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한화와 롯데만 봐도 그렇다. 꾸준히 대형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했지만 좀처럼 상위권 팀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현명하게 소비하지 않으면 현재도 미래도 없는 암울한 상황에 처한다.
지난 겨울 가장 큰 손은 SSG였다. FA 계약은 전무했으나 네 번의 다년계약으로 총 331억원을 투자했다. 예비 FA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과 5년 계약을 맺었고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과 4년 151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은 다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올해 SSG 선수였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MLB)에서 뛴 김광현 또한 한국 복귀시에는 SSG 유니폼 밖에 입을 수 없다. 구단 입장에서 네 선수는 확보된 자원이었다.
하지만 SSG는 올해만 신경쓰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렸다.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이미 팀 연봉 1위를 확정지었고 2023년부터 시행하는 샐러리캡 제도에 따른 사치세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FA가 되는 핵심 선수들을 놓치면 팀 전력이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다년계약이었다. 계약기간 초반 규모를 크게 뒀다. 올해 김광현 연봉 81억원, 한유섬 연봉 24억원, 문승원 연봉 16억원, 박종훈 연봉 18억원을 지급했는데 향후 3, 4년 동안에는 이들에게 지급할 총액이 크게 준다. 계약 총액 331억원 중 139억원을 올해 소진한다. 남은 192억원을 3, 4년 동안 분담하면 샐러리캡 제도에 따른 부담도 준다. 샐러리캡 시행 첫 해에는 사치세를 부담하더라도 이후에는 사치세를 피할 여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무형의 이득도 있다. 다년계약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FA가 되기 전에도 목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미래 SSG의 얼굴이 될 박성한, 최지훈, 장지훈 등도 선배들의 길을 걷고 싶어할 게 분명하다. 다년계약 첫 해 펄펄 날고 있는 한유섬처럼 SSG 원클럽맨을 꿈꾸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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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SSG는 롯데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노경은을 영입했다. 연봉 1억원에 계약했고 노경은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시즌 첫 두 경기에서 11이닝 1실점하며 2승을 올렸다. 클럽하우스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고 강화 2군 시설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신예 선발투수 오원석의 구속 향상은 SSG 코칭스태프와 인프라, 그리고 오원석의 노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많이 쓰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SSG는 현명한 소비로 현재와 미래를 두루 펼치고 있다. 올시즌 초반 화끈한 질주가 몇 년 동안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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