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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안 어려운데요?”
서울 SK 최준용(28)이 공수에서 펄펄 날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웃었다. 동시에 안양 KGC를 향한 ‘광역도발’도 시전했다. 오세근(35)과 대릴 먼로(36)를 울컥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SK는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KGC와 경기에서 90-79의 완승을 거뒀다. KGC가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나 SK가 끝내 뿌리치며 웃었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0.8%다. 24번 가운데 17번 우승을 차지했다. 최대 7차전까지 가는 ‘중기전’이기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으나 어쨌든 과거 케이스를 기분 좋게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줄 선수들이 해줬다. 자밀 워니가 2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김선형이 자신의 챔프전 한 경기 최다인 19점을 몰아쳤다. 2리바운드 5어시스트도 있다. 안영준이 10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만들었고, 2년차 오재현이 17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정규리그 MVP 최준용도 있었다. 14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4블록을 폭발시켰다. 전반은 단 3점에 그쳤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4쿼터에만 9점을 몰아쳤다. 수비 존재감도 강렬했다. 오히려 이쪽이 더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전희철 감독은 1쿼터부터 최준용을 오마리 스펠맨에게 붙였다. 워니는 오세근을 맡았다. “오세근의 힘을 빼야 했다. 그래서 워니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파격적 선택이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1쿼터 오세근을 0점으로 묶었다.
반대로 최준용이 스펠맨을 막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전략이기도 했다. 최준용은 스펠맨의 슛 시도를 완벽한 블록으로 저지하는 등 펄펄 날았다. 2m 신장에 탁월한 운동능력을 갖춘 최준용이 스펠맨을 상대로도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끝이 아니다.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선수끼리 매치업이 됐고, 최준용은 오세근을 막아야 했다. 나아가 먼로까지도 커버했다. 문제는 없었다. 정규리그에서는 오세근을 막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오세근은 4강 플레이오프까지 평균 18.7점을 올리고 있었으나 이날은 11점에 그쳤다. 최준용이 잘 막았다는 의미다.
경기 후 최준용에게 ‘오세근-먼로 등과 미스매치에서 잘 막았다’고 하자 “미스매치요?”라며 반문한 후 “미스매치 아니다. 내가 다 막지 않았나. 하나도 안 어려웠다. 내게 미스매치는 없다”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이어 “외국인 선수 막을 때도 딱히 신경을 쓰는 것은 없다. 그냥 막는다. ‘한 번 해봐’ 그러면서 막는다. 못 막는 순간도 있지만, 어차피 수비가 다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안 되는 것은 포기한다. 되는 것은 또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스펠맨을 두 차례나 블록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손을 들고 있는데 내 손쪽으로 와서 블록이 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후 “큰 의미는 없다. 수비 성공한 것이 만족하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됐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상대 핵심 빅맨과 외국인 선수 2명까지 한꺼번에 도발한 셈이 됐다. KGC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승기 감독이 “약이 올라서 안 되겠다. 2차전은 다를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최준용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까. 챔프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나씩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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