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앞에서 만루찬스 만드는 이정후[포토]
키움 이정후가 4월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전에서 3회초 안타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됐다. 갑작스럽게 생긴 변수다. 생각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일단 ‘나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4세 이하-3년차 이하로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1년이 밀린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적용할지 정해야 한다.

KBO 관계자는 7일 스포츠서울에 “일단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대회가 연기됐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 나이도 그렇다. KBO가 정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최초에 24세 기준을 정한 것이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였다. 이번에도 실행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대회가 밀린 것은 정해졌다. 지금 시점에서 야구 대표팀 엔트리는 화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다. 각 구단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실행위를 거쳐 심사숙고한 다음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KBO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를 확정했고, 6월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미가 없어졌다. 대회가 안 열리기 때문이다. 언제 개최될지 알 수 없으나 1년 연기가 유력해 보인다.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뒤인 2021년 열렸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이 있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쪽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이 나이다. KBO는 지난 4월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최종 엔트리 24명은 만 24세이하 또는 입단 3년차 이하 선수와 연령과 입단 연차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구단별 최대 1명)을 포함해 구단당 1~3명을 선발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포토] 고우석 \'뒷문은 나한테 맡겨\'
LG 고우석이 4월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전에서 9회초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삼아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부족한 자리는 와일드카드로 채운다. 축구와 같다. 다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나이 제한이 없다. KBO가 자체적으로 정한 ‘로컬룰’이다. 즉, KBO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1년 밀릴 경우 현재 1998년생들이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1998년생 선수가 이정후(키움)와 고우석(LG)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8월생이다(이정후 8월20일-고우석 8월6일). 최종 엔트리를 2023년 6월에 낸다고 하면 이 시점에서는 만 24세다. 그러나 대회가 9월이 열리고, 이 시점이 기준이라면 만 24세를 넘어가기에 살짝 모호해지는 감이 있다. 물론 이것도 정하기 나름이기는 하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투타에서 핵심 역할을 할 선수들이다. 이정후는 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고, 고우석은 LG 부동의 파이어볼러 마무리다. 이정후의 경우 대표팀 주장을 맡고 싶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기에 경험도 있다. 만약 나이 제한이 걸려 이들을 와일드카드로 데려가야 한다면 대표팀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셈이 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24세가 아니라 25세로 기준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축구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정한 기준이 23세 기본에 와일드카드 3장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밀리면서 FIFA가 한시적으로 만 24세 선수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KBO도 바꾸면 된다. 그러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잠실야구장 찾은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왼쪽 두 번째)이 4월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를 관전하던 중 동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잠실=연합뉴스

그렇다고 무작정 바꾸는 것도 고민은 된다. 24세로 정한 이유가 바로 ‘육성’이기 때문이다. KBO는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경험해 더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리그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다. 육성과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선수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육성을 위해서라면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에게 경험치를 먹이는 쪽이 낫다. 국제대회는 계속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경우 이미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고, 고우석 또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들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다른 쪽에 기회를 주는 것도 명분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나이 제한을 24세 그대로 가는 쪽에 힘이 실린다.

KBO 염경엽 기술위원장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방향성을 육성으로 잡았다. 그 룰 안에서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대회다. 그런 대회도 있어야 한다. 팬들에게도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KBO의 결정에 달렸다. 축구처럼 한시적으로 제한선을 1살 더 늘려도 문제는 없다. 지금 정한 룰을 지키는 것도 역시나 이상할 것이 없다. 고민이 필요하다. 허투루 정해서도 안 된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그에 맞춰 최상의 대표팀을 뽑으면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