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박세혁, 4회 깨끗한 우전안타
두산 박세혁이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경기 4회말 2사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2022. 5. 8.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이환범기자] ‘FA로이드와 조급증의 심리적 경계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을 앞둔 선수들은 예년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이고, 강속구 앞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가 불타오른다. 두려움을 상쇄시킬 마음의 심리적 동기부여가 마치 스테로이드 약물처럼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의욕과 집중력은 차고 넘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증이 심화되고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두 가지 모두 심리적 문제인데 그 경계가 모호하다.

두산 예비 FA 박세혁은 펄펄 날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올시즌 초반 지독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다. 다행히 지난 5일 어린이날 LG와의 경기에서 3안타를 집중시키며 반짝하더니, 한 경기 건너 7일 KT전에선 4안타를 몰아치며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KT전에도 소형준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포토] 박병호, 5회 2점 더 뽑는 적시타
KT 박병호.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박세혁은 “많이 조급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FA를 염두에 두고 성적 생각을 많이 했다”며 “노력도 많이 했는데 잘 맞은 타구가 잡히고, 시프트에 걸리고 결과가 안 나오다보니 조급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력과 의욕에 비해 결과가 안 나오니 더 힘이 들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

그러고 보니 KT 타석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박병호도 예비 FA였던 지난해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KBO 대표 거포인 그이지만 팔목 부상 등으로 인한 직전 년도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 경기에 임하다보니 결과는 더 안 좋았다. 타율 0.227에 20홈런을 기록했는데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성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박병호는 KT에서 FA계약 첫 해인 올시즌 초반 10홈런을 쏘아올리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친 홈런의 절반을 벌써 쳤다. 타석과 수비에서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선수는 잘 되면 얼굴 표정이 좋다”며 “박병호는 FA 부담감도 줄고, 변화의 결과가 좋으니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무엇보다 본인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된게 고무적이다”라고 부활의 비결을 설명했다.

박병호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연속 50홈런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복귀한 이후인 2018년에도 43홈런을 쳤다. 이후 홈런수가 점점 떨어졌지만 올해 초반 페이스를 보면 다시 40홈런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박세혁은 현재 1할대 타율이다. 하지만 이제 시즌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박세혁은 지난 2019년 타율 0.279의 성적을 올리며 팀의 통합우승을 이끈바 있다.

경기력을 좌우하는 멘탈의 문제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피해갈 수 없다. 얼마나 시련의 시간을 짧게 만들고 빨리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참 부담을 갖고 있는 선수와 부담감을 털어내고 한결 여유로워진 두 선수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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