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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허일영이 10일 통합우승을 달성한 후 그물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L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서울 SK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안양 KGC를 잡고 정상에 섰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까지 싹쓸이. 대망의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후 처음이다. 김선형(34)이 폭발했고, 최준용(28)이 날았다. 그리고 숨은 1인치가 있다. 베테랑 허일영(37)이다. 허일영 없었으면 우승도 없다.

SK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김선형-최준용-자밀 워니 삼각편대를 앞세워 86-62의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SK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만들며 우승을 품었다. 1999~2000시즌, 2017~2018시즌에 이어 구단 역대 세 번째 챔프전 우승이다. 동시에 창단 첫 통합우승도 달성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었으나 챔프전에서 울신 현대모비스에 졌다. 이번에는 둘 다 해냈다.

해줄 선수들이 다 해줬다. 5경기를 치르며 김선형이 17.4점 3.2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만들며 코트를 휘저었다. 챔프전 MVP까지 차지했다. 안에서는 자밀 워니가 22.6점 11.8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폭발시켰다.

최준용도 16.0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의 전방위 활약을 뽐냈다. 13.0점 4.6리바운드 1.8어시스트의 안영준도 있었다. 이들은 정규리그에서도 주축이자 핵심 멤버들이었다. 주전이 잘하면 이길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챔피언결정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을 짚어야 한다. 허일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SK와 계약하며 정든 오리온을 떠났다. 30대 후반의 나이. 기량이 예전만 못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허일영은 시즌 내내 부상 없이 팀을 위해 헌신했다. 정규리그에서 53경기에 나서 6.6점 2.8리바운드 0.4어시스트를 일궈냈다. 특히 3점슛 성공률 38.5%를 기록하며 외곽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슈터다운 활약.

진짜 진가는 챔프전에서 나왔다. 챔프전 전체 기록만 보면 6.0점 3.6리바운드 1.4어시스트로 특출난 것은 없다. 그러나 분수령이었던 지난 8일 4차전에서 허일영이 제대로 빛났다. 이 경기에서 13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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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허일영이 지난 8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 KGC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L

기본적으로 SK는 김선형-최준용-안영준-워니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다. 남은 한 자리가 모호하다. 오재현, 최원혁, 이현석 등이 나섰으나 상대는 이쪽을 커버하지 않았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상대적으로 공격은 약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허일영은 다르다. 195㎝로 신장이 좋은데다 3점슛까지 장착하고 있다. 즉, 상대가 버릴 수 없는 선수다. 허일영 한 명 덕분에 SK는 다른 선수들이 더블팀을 당할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허일영은 4차전에서 2쿼터 중요한 3점슛 한 방을 터뜨렸고, 골밑 컷인을 통한 득점도 일궈냈다. 2쿼터에만 7점.

덕분에 SK가 승기를 잡았고, 4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 경기를 졌다면 2승 2패였다. 게다가 2승 후 2패. 분위기나 기세가 KGC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 뻔했다. SK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허일영이 팀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희철 감독은 4차전이 끝난 후 “허일영이 좋았다. 허일영 외에 수비형 선수가 들어가면 더블팀이나 공간 활용 등에 어려움이 있다. 허일영이 공격력이 있으니까 상대 수비를 한 명 붙잡고 있는 효과가 있다. 덕분에 편하게 했다. 상대 수비에 혼선이 오더라. 허일영이 자리를 잘 채웠다”며 호평을 남겼다.

허일영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처음으로 팀을 옮겼는데 팀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노리고 있다. 솔직히 오리온은 이제 없어진다고 하지 않나. 내가 운이 좋은 사람 같다.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숟가락을 잘 얹었고, 여기까지 잘 따라온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틀 후 SK가 실제로 정상에 섰다. 3승을 먼저 따내며 완전히 기세를 탄 SK가 5차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활짝 웃었다. 김선형이 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허일영의 활약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순간 베테랑이 자신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 슛이 있는 선수가 이래서 무섭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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