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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기자] 삼성 ‘선진시민’ 오선진(33)이 경기장 밖에서도 전력 질주를 선보였다. 상습 절도범을 추격전 끝에 잡았다. 경찰의 표장까지 받는다. 정작 오선진 스스로는 ‘받아도 되나?’ 하는 마음이다. 200m 추격전의 진실(?)도 털어놨다.
18일 대전에서 만난 오선진은 “지인이 차에 있던 가방을 도난당했다. 같은 것이 있나 싶어 중고거래 어플을 들어가봤는데 마침 있더라. 의심이 갔다. 거래하러 나가서 만났는데 가방 안쪽 특징 등이 똑같았다. 마침 (이)수민이, (김)민수와 같이 있어서 현장에 함께 갔다. 추궁을 했더니 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도망을 가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순간 사라졌는데 쫓아갔더니 자동차 사이로 머리가 보였다. 쪼그리고 숨어 있더라. 나를 보더니 다시 도망을 갔고, 결국 잡았다. 몸 싸움은 없었다. 19살짜리 어린 친구였다. 잡으러 가는 사이 경찰이 왔고, 경찰에 인계했다. 이미 신고가 많이 접수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오선진은 지난 11일 대구에서 절도범을 붙잡았다. 지인의 차량에서 가방 2개와 운동화가 사라졌다. 중고거래 어플에서 같은 가방이 올라왔다. 판매 의사를 보인 후 직접 만났다. 판매자를 추궁하자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오선진이 200m를 달려가 판매자를 잡았고, 알고 보니 상습 절도범이었다. 곧바로 경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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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들은 허삼영 감독은 “그 정도 주력이 아닌데, 사복 입으면 스피드가 올라가나보다”며 웃은 후 “정의의 사도다. 우리 팀에 오선진 같은 선수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선하게 생겼는데 또 그런 면도 있다”며 다시 웃었다.
오선진이 스피드로 리그를 호령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유격수를 볼 정도로 운동능력이 있고, 민첩함이 있다. 기본적으로 프로 운동선수의 주력을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오선진 스스로도 “아무래도 내가 운동선수라 그 정도는 잡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고, “도루나 베이스러닝 할 때도 그때처럼 해야할 것 같다. 잡으러 가면서도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오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의 주력 외에 다른 비결도 하나 숨어 있기는 했다. 오선진은 “그 친구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달리면서 다 벗겨졌다. 맨발로 뛰더라. 그래서 쫓아가면서 여유있게 잡을 수 있었다. 수민이와 민수가 또 덩치가 좀 있지 않나”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범죄자를 잡은 것은 오선진의 공로가 분명하다. 경찰도 고마움을 표하기로 했다.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오선진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오선진은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내가 표창을 받아도 되나?’ 싶더라. 이런 표창을 처음 받아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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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오선진이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268, 1홈런 6타점, OPS 0.667을 만들고 있었다.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고, “트레이드 잘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 4월19일 왼쪽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부상. 최초 6주라 했으나 더 일찍 돌아왔다. 지난 15일 1군에 복귀했다. 4주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선행으로 표창까지 받게 됐다. 이 기운이 경기력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최상이다. 과거 오현택 사례가 있다. 롯데 소속이던 2018년 뺑소니 차량을 추격해 검거하는데 일조했다. 덕분에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2018년 ‘올해의 시민영웅’에 뽑히기도 했다.
이 시즌 72경기에서 25홀드를 올리며 리그 홀드왕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3.76으로 좋았다. 롯데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2022년 오선진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오선진은 “부상이 있었지만, 이제 몸 상태는 좋다. 아픈 곳도 없고, 잘 회복해서 돌아왔다. 좋을 때 부상을 입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회복이 빨리 됐다. 준비 잘해서 소금 같은 역할을 다시 하겠다. 이번 표창을 통해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 꼭 받겠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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