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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데뷔 6년 동안 1군 무대에 선 것은 단 아홉 차례. 21.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ERA) 5.91이 통산 성적이다. 지표 성적만 놓고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올해만 떼서 보면 다섯 경기에서 10이닝을 소화했고, 1승 무패 ERA 0.90이다. 마운드 빌드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NC 김진호(24)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진호는 지난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감격의 데뷔 첫승을 따냈다. 5-0으로 앞선 5회말 1사 1, 2루 위기에서 나성범 최형우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만났다.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40㎞ 수준인 잠수함 계열이 리그 최고 좌타자를 위기의 순간에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NC가 김진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나성범과 최형우에게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승부했고, 각각 유격수와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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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황대인에게 속구 승부를 하다 좌중월 솔로 홈런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없이 흐름을 지켜내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부모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을 따낸 김진호는 “(김)시훈에게 너무 미안했다. 점수 차도 컸고 아웃카운트 두 개만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기회였는데, 내가 빼앗은 것 같았다. 경기 후 시훈이가 좋은 얘기를 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조금 풀렸지만, 첫 승 감격을 누릴 정도는 아니었다”며 웃었다.
좋은 구종을 가졌지만 제구가 좋지 않았다. 대체 선발로도 기회를 얻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절치부심한 그는 팔을 조금 높이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퓨처스팀으로 내려간 손민한 코치와 함께 투구폼 수정에 열을 올렸고, 올해 이른바 ‘조커’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LG전 1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18일 키움전까지 네 경기에 출전해 8.1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ERA 0을 기록했다. 황대인에게 내준 홈런 하나가 올해 유일한 자책점이었던 셈이다. 단점으로 지적된 제구를 잡은 게 짠물 피칭을 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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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까지는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았다. 또 제구가 흔들리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투구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올해는 아무 생각없이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고 있다. 결과에 신경쓰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투수 코치님들도 ‘투수는 공격수다. 공격적으로 던져야 승산이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보직을 가릴 위치도, 타깃을 정해두고 던질 실력도 아직은 아니라는 김진호는 “올해 목표는 1군에 내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발 불펜 추격조 필승조 중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1군 무대가 절실했고, 기회가 왔을 때 잡겠다는 각오다. 고교(동산고) 선배인 양현종(KIA)과 같은 유니폼 넘버를 달고 있는 김진호는 “양현종 선배님처럼 팀 동료에게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 모두가 인정하는 투수가 됐을 때는 확실한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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