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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구종별로 자신의 로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늘 젊은 투수에게 이러한 조언을 빼놓지 않는다. 그는 “투수가 현실적으로 모든 코스에 자유롭게 공을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확실한 존은 만들 수 있다. 구종에 따른 뚜렷한 로케이션을 갖추면 타자를 잡는 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한 바 있다.
LG 3년차 신예 이민호(21)가 토종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한화전부터 어느덧 4연승, 그리고 4연속경기 2실점 이하 투구다. 이민호는 27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5.2이닝 무실점으로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84개의 공을 던졌고 2안타 2볼넷 2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5.05에서 4.35로 낮췄다.
결과만큼 의미있는 과정이 보였다. 이민호가 최근 경기에서 가장 좋아진 부분은 로케이션이다. 이전보다 전반적인 로케이션이 낮아졌다. 장기인 고속 슬라이더가 특히 그렇다.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낮게 형성된 슬라이더를 꾸준히 던진다. 이날도 1회 오재일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구사해 1루 땅볼을 유도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좌타자 몸쪽을 공략했다. 슬라이더 구사에 있어 자신의 존을 확립하는 모습이다.
로케이션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땅볼이 늘었다. 이날 이민호가 기록한 아웃카운트 17개 중 그라운드 볼로 유도한 아웃이 13개에 달했다. 이전까지 땅볼보다는 뜬공 아웃이 많았는데 로케이션이 잡히면서 땅볼이 많아졌고 더블플레이로 주자를 지우는 모습도 늘었다. 이날 경기 3회초 이민호는 이원석에게 1루 땅볼 병살타를 유도해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이민호는 삼성 알버트 수아레즈와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LG는 4회말 오지환의 솔로포, 5회말 채은성의 적시타로 삼성을 따돌렸다. 6회말에는 송찬의와 홍창기의 적시타, 만루에서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점을 더해 승기를 잡았다.
이날 5-0 승리로 LG는 지난 22일 문학 SSG전부터 시작된 4연패를 탈출했다. 시즌 전적은 27승 21패가 됐다. 전날 4위로 떨어졌으나 이날 SSG에 패한 KIA를 제치고 3위가 됐다. 이민호는 5승째를 올렸고 오지환은 시즌 9호 홈런, 유강남이 3안타, 홍창기와 박해민도 2안타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은 선발투수 수아레즈가 이번에도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5회말 연달아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됐다.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음에도 1승 밖에 없는 수아레즈다. 수아레즈 다음 투수 박세웅이 제구난조로 실점하며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타선은 이민호에게 끌려간 것을 시작으로 LG 불펜진에도 고전해 4안타에 그쳤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4연패, 시즌 전적 23승 24패로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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