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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1000만 관객 간다고 했지?”

마동석의 원투펀치는 강렬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여 동안 신음했던 극장가의 고통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시대, 요원해 보이기만 했던 1000만 관객 돌파도 단숨에 해결했다.

마동석 주연 영화 ‘범죄도시2’가 엔데믹 시대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사 ABO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개봉 25일만인 11일 오후 1시 50분 께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후 3년만의 1000만 영화 탄생이며 역대 한국영화 중 20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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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보복관람’, 손석구 추앙 열기에 여성관객 N차 관람 열기까지

‘범죄도시2’의 흥행은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보복관람’, OTT에 주도권을 내준 영화계의 똘똘뭉친 응원 열기, 작품의 유머코드와 출연진의 인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범죄도시2’가 개봉할 무렵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영화관 취식이 허용됐다. 마블 히어로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외 마땅한 경쟁작도 드물었다. CGV 황재현 팀장은 “코로나10 불안감에서 벗어나 문화생활을 함께 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회적인 분위기나 경쟁작 변수만으로는 100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다. ‘범죄도시’는 철저히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호쾌한 액션물이다. 금천서 강력반 형사 마석도가 초인적 힘을 발휘, 맨주먹으로 범인을 때려잡는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살인 사건을 접한 마석도는 현지법을 무시하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며 “이유가 어딨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거야”라고 주장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법치에 익숙한 국민들의 갈증을 사이다처럼 씻어준 마석도식 범인 때려잡기가 입소문을 불러일으켰다.

폭력수위가 상당하지만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낮아진 것도 1000만 관객돌파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진 사이, 빌런 강해상 역의 손석구가 JTBC ‘나의 해방일지’로 인기가 상승해 여성 관객의 N차 관람을 부채질했다.

CGV 데이터 전략팀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NPS(Net Promoter Score, 입소문)가 60%에 달한다. 이는 2016년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결국 영화 자체의 힘과 여러 주변 환경이 조성되면서 1000만 허들을 넘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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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촬영 중 쫓겨나고 넷플릭스 팔릴 뻔...촬영 배우 사망에 추도 열기도

하지만 ‘범죄도시2’가 극장에 걸리기까지 난관도 만만치 않았다.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에 따르면 ‘범죄도시2’의 크랭크인은 전 세계 코로나19 공포가 드리워진 2020년 2월이다. 손석구의 촬영이 이틀 남은 상황에서 베트남 당국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손해 본 금액만 10억원이다. 이러다 제작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결국 배우들의 국내 촬영분에 베트남 현지 배경을 입혀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기나긴 팬데믹으로 개봉시기를 잡지 못하면서 넷플릭스 판매설까지 돌았다. 유혹을 버틴 ‘범죄도시2’는 결국 엔데믹 시대 첫 1000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개봉 시기 지연으로 얻은 명은 단연 손석구의 인기다. 빛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는 법. 극중 대부업체 최춘백 회장 역의 배우 남문철은 지난 해 10월 대장암 투병 중 사망했다. ‘범죄도시2’가 그의 유작인 셈이다. 이에 주연배우 마동석은 ‘범죄도시2’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지난 달 말 “고 남문철 배우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마녀 2] 런칭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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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2차 포스터
◇‘범죄도시2’ 인기 어디까지 갈까...또다른 1000만 영화 주인공은?

‘범죄도시2’의 인기는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세계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탑건:매버릭’, ‘쥬라기월드:도미니언’,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배드 가이즈’에 이어 전세계 흥행 5위를 기록했다. 흥행수익은 1072만 달러다.

‘범죄도시2’는 12일 기준, 미국, 캐나다, 대만, 몽골,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총 8개국에서 개봉했고 태국(16일),필리핀(22일),말레이시아(7월21일)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제 극장가의 눈은 ‘범죄도시2’의 인기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봉 26일차지만 흥행속도가 가파르다. ‘범죄도시2’는 지난 6일, 개봉 20일만에 관객 900만을 돌파했다. 이는 900만 관객 돌파까지 25일 걸린 ‘기생충’, 역대 1000만 영화인 ‘변호인’, ‘국제시장’ 보다 5일 빠른 성적이다.

‘범죄도시2’로 들뜬 분위기를 이어갈 또 다른 1000만 영화의 탄생도 관심사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 ‘쥬라기월드:도미니언’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15일과 22일에는 영화 ‘마녀2’와 톰크루즈 주연 ‘탑건:매버릭’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29일에는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관객도, 극장가도 모처럼 활기에 즐거운 표정이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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