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의 폐업 위험부담을 상조공제조합과 은행에 분산”
“상조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내상조그대로 제도(상조 서비스 보상)’ 법제화”
주무 부처,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담당이 현실적 대안.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신종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신종 금융상품(코인, 간편결제 등)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상조 서비스 상품이 최근 몇 년 사이 출범해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은 가상화폐, 간편결제 등과 함께 신종금융상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상조 산업의 역사와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현실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상조 산업은 금융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다. 최근 개정된 11차 표준산업분류표에도 상조는 장례식장과 장의 관련 서비스업(96921)으로 명확히 분류되어 있다. 상조 상품은 미래에 발생할 장례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를 여러 차례에 나누어 미리 받는다.
소비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해약하는 경우 이자를 지급하거나 운용수익을 분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전거래 자체가 목적이 되는 금융업과 확실한 차이를 갖는다. 그러므로 상조 상품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여 비교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업계에 능통한 전문가들은 상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전을 통해 폐업 시 보상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않은 채 난립하는 후불식 상조 업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종 편법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무등록 의전 업체의 횡포가 만연한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편 폐업한 상조회사에서 갖고 있던 소비자 개인정보를 도용해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 역시 피해 예방이 필요한 사안이다. 서비스산업 본질에 맞게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한 실정이다.
상조 산업은 이미 충분한 소비자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다.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 사태의 경우 관련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그러나 상조 산업은 2010년 전면 개정된 할부거래법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이 포함되었다.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선수금 예치 의무를 신설하여 현재 50%까지 보전비율이 늘어났으며, 자본금 요건 또한 기존 3억원에서 15억으로 증액했다.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매년 납부액 및 횟수를 통지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상조 서비스 산업의 주무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로 산업육성보다 규제에 방점을 두고 꾸준히 산업을 규제하고 소비자 피해 예방과 보상을 위한 법률을 신설해왔다. 이러한 규제 속에서도 상조회사들은 업계 자정을 위해 개정된 할부거래법에 따라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조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 대형 상조회사의 폐업 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소리에는 귀 기울여볼 만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상조회사의 폐업 위험부담을 상조공제조합과 은행에 분산하는 것이다. 두 보증기관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상조공제조합의 경우 대형 상조회사 폐업 시 위험을 떠맡을 수 있는 재정적 능력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상조 소비자 피해 관련 전문 기관으로서 보상 시스템이 소비자 중심으로 최적화 되어 있으며 ‘서비스보상(내상조그대로)’이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충분한 보증력을 갖고 있지만 ‘내상조그대로’ 서비스 제공이 잘되지 않는 등 피해보상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보상 기간도 턱없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하여 대형 상조회사의 경우 폐업에 대비해 위험을 두 보증기관에 분산한다면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소비자 피해 예방과 보상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두 번째로 현재 상조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내상조그대로 제도(상조 서비스 보상)’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물가 변동을 고려하면 현금 50% 보상보다 납부액의 100%만큼 상조 서비스로 보상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좋은 피해보상 방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240만원짜리 상조 상품에 가입한 상조 피해 소비자가 50%의 현금 보상을 받으면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상이 발생해 장례를 치를 경우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수도권을 기준으로 약 400만원이 필요하다. 차액 280만원(보상금 120만원 제외)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서비스 보상을 받게 되면 이런 추가 비용 없이 상조 서비스로 보상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애초에 가입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서비스 보상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다.
한편 상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산업을 육성해 상조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규제 위주의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보다는 산업 현실을 반영해줄 수 있는 보건복지부나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상조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월 부금을 부채로 인식하고 상조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 수익으로 처리하는 현재의 회계처리 방식으로 인해 상조회사의 자본잠식과 같은 오해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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