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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6회말 기습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 통산 2호 번트 안타가 됐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창원=김동영기자]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하잖아요.”

번트 후 전력질주 하는 선수.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나 말하는 이가 KIA 최형우(39)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통산 348홈런의 강타자다. 통산 번트 안타가 딱 2개인데 그 1개가 최근 나왔다. 천하의 최형우가 변했다. 베테랑의 품격을 여실히 보이는 중이다.

15일 창원에서 만난 최형우는 “전력으로 뛰는 것, 열심히 달리는 것, 다들 하지 않나. 이제 예전처럼 방망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팀에 도움에 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번트 안타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종국 감독이 “생각보다 빠르다”고 한 부분에 대해 “내가 발이 빠른 것은 아마 감독님도 알고 계실 것이다. 예전에 주루코치를 하시지 않았나.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지난 11일 플레이가 화제가 됐다. 홈 키움전에서 팀이 4-2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번트 안타를 생산했다. 카운트 1-0에서 안우진의 2구에 기습 번트를 댔고, 전력으로 달려 1루에서 살았다.

기본적으로 최형우가 타석에 서면 시프트가 걸린다. 주로 잡아당기는 유형이기에 우측으로 치우친다. 아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3루수도 조금은 유격수 쪽으로 옮긴다. 이에 최형우가 3루수 쪽으로 번트를 댔다. 그런데 살짝 약했다. 투수 안우진이 빠르게 내려와 공을 잡아 1루로 던졌다. 결과는 세이프. 최형우의 전력 질주가 만든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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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오른쪽)가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6회말 기습 번트 안타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최형우이기에 놀라웠다. 통산 타율 0.313, 348홈런 1418타점, OPS 0.941을 만들고 있는 타자다. KBO리그 역대를 논하는 강타자. 당연히 번트를 댈 일도 거의 없다. 앞에서 번트를 통해 찬스를 만들면 해결하는 선수다. 2021년까지 통산 번트 안타가 제로다.

2022년에만 2개가 나왔다. 지난 5월6일 대전 한화전에서 3루 방면 번트 안타를 만들었다. 개인 통산 1호. 한 달 조금 더 흐른 6월11일 두 번째로 번트를 대고 살았다. 지난 2002년 프로 데뷔 후 2021년까지 20년 동안 없던 일이 37일간 두 차례나 나왔다.

최형우의 말처럼 예전처럼 불방망이를 휘두르지는 못하고 있다. 올 시즌 60경기에서 타율 0.232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 0.364가 말해주듯 특유의 눈 야구는 여전하다. 대신 장타율이 0.374로 크게 떨어졌다. 장타율 0.500을 기본으로 치던 타자였으나 2년 연속 0.300대다. 타율도 2년 연속 0.230대.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6홈런을 치며 한 방 능력은 살아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교보재가 되는 선수다.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이와 별개로 개인 성적이 살짝 처지다 보니 최형우 스스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있다. 통산 348홈런 2120안타를 친 타자가 변했다. 아직 눈이 살아있기에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그래서 무섭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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