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이었다. KT 박병호(36) 이야기다. 당당히 홈런 1위다. 통산 35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 추세면 400개도 너끈해 보인다. ‘거포’의 부활이다. 그런데 정작 박병호는 초연한 모습이다. 도인을 보는 듯하다.
박병호는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시리즈 첫 번째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회초 좌월 솔로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 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 3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자신의 시즌 23호 대포다. 현재 리그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보다 거의 10개 가까이 더 치고 있다. 개인 통산 350홈런도 달성했다. 역대 단독 5위. 2개만 더 치면 351홈런의 양준혁을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선다. 현재 페이스를 보면 시간 문제다.
지난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홈런은 각각 21개와 20개를 쳤다. 그러나 세부 지표가 떨어졌다. 특히 타율이 0.220대에 그쳤다. 타격생산성을 뜻하는 wRC+는 115.6과 106.4가 나왔다. 기준이 100이기에 여전히 평균 이상의 타자이기는 했지만, 2012년부터 2019년까지 16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던 선수다. ‘에이징 커브를 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
올 시즌은 다르다. 타율은 2할 중반은 되고, wRC+도 140이 넘는다. ‘부활’이라 해도 충분하다. 특히 박병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홈런이 독보적이다. 시즌 절반만 치르고도 이미 작년 수치를 넘어섰다. 4년 만에 4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정작 박병호는 딱히 생각이 없었다. “통산 홈런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400개 한 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다시 잊었다. 기분은 좋다. 장타자로서 꾸준히 홈런을 친다는 부분은 좋은 일 아니겠나”며 미소를 보였다.
이어 “홈런 1위라고 하지만, 내 스스로 생각한 부분이 있다. 시즌이 끝난 후에 성적을 보고 싶다. 당장은 크게 기쁘거나 하지는 않다. 2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과 별개로 내가 기록을 보지 않는다. 그냥 오늘 홈런을 친 것이고, 내일 다시 경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0~2021년 키움에서 좋지 못했다. 2021시즌 후 FA가 됐고, 키움은 박병호를 적극적으로 잡지 않았다. KT의 손을 잡으며 이적을 택했다. 총액 30억원이다. 이 변화가 통했다. KT도 활짝 웃는 중이다.
|
박병호는 “2020년 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성적도 좋지 못했다. 작년에도 기록상 부진하면서 ‘진짜 나도 하락세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팀을 옮기면서 새롭게 하고 있다. LG에서 키움으로 가면서 새로 시작한 것처럼 키움에서 KT로 이적해 다시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새롭지 않나. 과거 안 좋았던 것은 잊고 다시 뛴다”고 짚었다.
지난 2년간 안 좋았던 기록을 비교적 색다르게 활용하고 있다. 멘탈 쪽으로 그렇다. “나도 안타를 더 치고 싶고, 출루율도 더 높이고 싶다. 그런 마음은 있다. 대신 ‘그래, 작년보다는 나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한다. 나를 믿고, 긍정적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40홈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홈런 개수가 딱히 와닿지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극적인 홈런을 치더라도 딱 그 순간 뿐이다. 내려놨다. 새 팀에서 새롭게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웃음을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