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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부천=황혜정기자]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올해로 30년 차 배우 설경구가 자신의 진심을 밝혔다.
8일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설경구는 설경구다’ 기자간담회에 정지영 부천국제판타스틱(BIFAN) 조직위원장과 배우 설경구가 참석했다.
설경구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여러모로 저 사람 나이 잘 먹고 있구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연기의 비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특별전이 열리는 소감으로 “몇 달 전에 배장수 부집행위원장님께 전화가 와서 내 특별전을 하게 됐다더라. 두루뭉실하게 넘어갔다. 끊고 나서 깜짝 놀랐다. 배우 일을 하면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성격상 특별한 자리의 주인공이 돼 앉아 있는게 어색하다. 결정을 하고 나서 특별전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었다. 영광스럽지만 부담스러운 자리다. 스스로 납득이 될 수 있게 만들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3년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사회에 나와서 연기를 했더라. (올해로)30년이라는 숫자가 하나의 일을 하면서 나한테는 잘 버텼다는 생각이 특별하게 와닿더라. 나에겐 30년이라는 시간이 중간 점검을 하고 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가 영광스럽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30년 동안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일일히 생각하며 연기를 해온 것 같진 않다. 하나하나 풀어오면서 오다보니 30년이 됐다. 못 풀고 내가 느끼기에도 좋지 않은 작품도 있었고, 그 사이에 굴곡이 많았다. 그래서 ‘잘 버텼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특별전 이후에 생각이 더 깊어지더라.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작품을 해야할지 생각이 더 깊어졌다. 개인적으로 특별전은 정중간의 느낌은 아니지만 되짚고 가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다. 숙제라는 게 결국 연기겠지만, 영원히 못 풀 것을 알지만 계속 풀어가야 하는 숙제같다”고 전했다.
제26회 BIFAN의 배우 특별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만에 개최됐다. 배우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에 이어 올해는 ‘설경구는 설경구다’(THE ACTOR, SEOL KYUNG GU)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배우 특별전은 설경구의 29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 설경구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작품과 배우 설경구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메가토크를 비롯해 영화와 함께 해온 설경구의 지난 여정을 집대성한 기념 책자 발간, 전시회 개최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설경구는 수많은 출연작 중 7편을 직접 선정했다. 그는 “‘박하사탕’이 내 대표작인 것은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머지는 내가 좋아한는 영화기도 하다.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님을 워낙 좋아하고, ‘공공의 적’으로 내 이름만이 아닌 이름을 알렸다. 상업적으로 나를 알렸던 영화다. ‘실미도’는 최초의 천만 관객이라는 상징적인 지점이 있다. ‘감시자들’은 원작은 평범했는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영화네’라는 생각을 했다. ‘불한당’은 나한테 한번 터닝을 시켜줬던 작품이다. 변성현 감독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주는 노트가 이전과 전혀 달랐다. ‘자산어보’는 촬영하며 긴장도 하고 집중도 해야하는데 촬영 과정이 너무 힐링이었다. 그 섬에서 나오기 싫었을 정도다. 아쉽지만 7개로 한정 지어주셔서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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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설경구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부천국제영화제가 특별전을 기획할 만한 배우가 많지 않다. 여러분이 다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 연기자로서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BIFAN의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설경구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영화의 대체 불가능한 얼굴이다. 1993년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고, 2000년대 한국영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해 언제나 ‘배우’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행보를 이어왔다”며 “이번 특별전은 역사의 흐름 속에 함께 한 인물, 천만 배우, 다혈질의 장르스타, 팬덤 현상의 주역으로 다채로운 얼굴을 선사해온 설경구의 그동안의 여정에 관한 흥미로운 탐험이며 앞으로의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설경구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을 거쳐 ‘꽃잎’(1996)으로 스크린 데뷔했다. ‘러브스토리’(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유령’(1999) 등에 단역으로 출연, 존재를 알렸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으로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 제37회 대종상 신인남우상, 제21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10개의 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공공의 적’(2002), ‘오아시스’(2002), ‘용서는 없다’(2010), ‘나의 독재자’(2014) 등에서 열연, 청룡영화상·대한민국영화대상·대종상·백상예술대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실미도’(2003), ‘해운대’(2009)로 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로 수상했고, 최근 ‘자산어보’(2021)로 제42회 청룡영화상·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을 포함한 5개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하고, ‘킹메이커’(2022)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한편, 제26회 BIFAN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라는 슬로건 아래 7일부터 17일까지 오프·온라인 하이브리드로 11일간 열린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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