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원주=김태형기자]
경기 내용과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사나이들의 리스펙과 뜨거운 격투기 사랑이었다.‘김해 대통령’ 김태인이 23일 원주에서 열린 ‘ROAD FC 061’ 93kg 라이트헤비급에서 ‘흑곰’ 박정교를 1라운드 25초 TKO로 꺾었다. 박정교에게는 은퇴전이었으며, 김태인에게는 부상 악재 후 3년만의 복귀전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ROAD FC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 시작 직후 김태인은 박정교를 상대로 그라운드 제압 후 아마추어 ‘15전 15승’ 복싱 유망주답게 소나기 같은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다. ‘명승부 제조기’ 베테랑 박정교도 버티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로써 김태인은 복귀전 승리로 프로 데뷔 이후 3연승을 달렸고, 박정교는 딱 20전을 채우며 전적 8승 12패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경기였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경기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태인은 “체육관 바닥 청소부터 하면서 운동 시작했고 8년 만에 마이크 처음 잡았습니다. 이야기 좀 길게 해도 되겠습니까” 하며 호응을 유도한 뒤 가슴에 새긴 아버지 성함 타투를 가리키며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제 저희 집안에 남자가 저 한 명뿐이다. 동생들 잘 챙기며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경기 시작 전에는 존경하는 선배님의 은퇴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박정교는 “매우 홀가분하다. 특전사를 그만둔 이유는 프로 파이터로서 20전만 채우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승패 상관없이 시합 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흑곰’ 박정교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 ‘흑곰’ 박정교는 비록 떠나지만 ROAD FC 끝까지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많은 훌륭한 후배들이 있고 앞으로 이끌어나가기에 충분하다”라며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후 13살 차이 김태인과 박정교는 맞절을 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사나이들의 리스펙과 격투기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훈훈한 광경이었다.
김태인은 2018년 격투기에 입문한 이후 ‘ROAD FC 051’에서 김지훈을 꺾으며 데뷔했다. ‘강철뭉치’ 임동환을 꺾으며 2연승을 달렸으나 2019년 5월 이후 휴식기를 가졌다. 격투 오디션 ‘겁 없는 녀석들’과 ‘파이트클럽’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김해에서 김태인짐을 운영하고 있다. 옷에 관심이 많아 본인이 직접 론칭한 의류 쇼핑몰 ‘인토르반’의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함을 가슴에 문신으로 새겼고 아버지를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올해로 43세인 박정교는 육군 특전사 출신이다. 5개월만 더 복무하면 매달 7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격투기를 하루 빨리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금을 포기하고 전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역 후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며 과거 DMF 90kg 챔피언을 하기도 했다. 2010년 ROAD FC 1회에 심판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2011년부터 ROAD FC 선수로 현재까지 케이지에 올랐다. 매 경기 난타전으로 ‘명승부 제조기’, ‘흑곰’ 등의 닉네임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
tha93@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