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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스미스. 사진 | UFC

[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UFC 라이트 헤비급 랭킹 5위 앤서니 스미스(34)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 소녀시대 ‘라이온 하트(Lion Heart)’를 사용할까?

스미스는 오는 31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열리는 UFC 277에 출전해 러시아의 신성 마고메트 안칼라예프(30)와 대결을 벌인다. 이번 경기에서 안칼라예프를 꺾으면 차기 타이틀샷이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스미스하면 떠오르는 경기는 라이트 헤비급에서 지존으로 불렸던 전 챔피언 존 존스(33)와의 경기다. 2019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35에서 스미스는 존스와 경기를 벌였다.

시소 게임을 벌이다 존스가 4라운드 중립 상황에서 니킥 반칙을 범해 실격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스미스는 존스의 실격패로 챔피언에 오르고 싶지 않아 경기를 속개시켰다. 비록 판정패했지만, 찬사는 스미스의 것이었다. 정정당당하게, 남자답게 승리하는 것이 챔피언 벨트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스미스는 흑백 혼혈 파이터로 백인 어머니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2013년 UFC에 데뷔했다가 서브미션 패배 후 바로 방출됐고, 7연승을 거두고 2016년 복귀했다. UFC에서 미들급으로 활동하다가 라이트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 3연승하며 존 존스와 대결을 벌이며 커리어 하이를 이뤘다.

하지만 존스에게 패한 이후 1승 2패로 부침을 거듭했다. 2020년 데빈 클라크를 서브미션으로 꺾고 3연승을 거두며 다시 라이트 헤비급의 톱 컨텐더로 인정받았다.

스미스는 사자의 심장을 가진 용감한 파이터가 되고 싶어 닉네임을 ‘라이온 하트’로 정했다. 소녀시대의 히트곡과 제목이 같아 물어봤지만 “모른다. 하지만 꼭 듣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본지는 결전을 앞둔 스미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때론 파이터의 용감함을, 때론 짙은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 스미스였다.

-K팝노래 중 유명 걸그룹 소녀시대의 라이온 하트라는 노래가 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지 궁금하다.

아니, 들어보지 못했다. 굉장히 궁금하다. 꼭 들어보고 싶다(웃음).

-마고메트 안칼라예프와 대결하는 소감은.

대단한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그는 정말 좋은 파이터다. 그는 이 스포츠의 진화를 보여주는 존재다. 라이트 헤비급은 그와 같은 신예를 필요로 한다. 안칼라예프는 정말 잘한다. 그는 굉장히 웰라운드(올라운드)하고 특별한 약점이 없다.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그는 터프한 상대고, 난 그가 아마도 라이트헤비급 최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는 미디어 노출이 별로 없고, 소셜 미디어 활동도 별로 안 한다. 이게 그가 간과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를 눈 여겨 봤다. 난 그의 경기력을 굉장히 존중한다.

-안칼라예프에 맞서는 훈련과 전략은.

나는 라이트 헤비급에서 그에게 가장 위험한 상대 중 한 명일 거다. 왜냐하면 나 또한 웰라운드(올라운드)하기 때문이다. 나는 안칼라예프의 성숙한 버전이다. 안카라예프는 탑 티어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다. 지금 시점에서 난 그게 그의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된 거다.

나는 그가 지금껏 싸운 상대 중 가장 위험한 상대다. 많은 영역에서 안칼라예프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뛰어난 그래플러면 안칼라예프는 타격전을 벌이고, 상대가 환상적인 타격가라면 그라운드에서의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떤 영역에서도 나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할 거다. 나는 기회를 잘 활용한다. 나는 상황 전환에 능하다.

-베팅 사이트에서 +400 언더독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도박사들이나 팬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동기부여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다. 나는 스스로 증명할 생각이다. 나는 커리어 내내 언더독이었다. 거의 16년 동안 그랬다. 내가 만약 도박사들과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였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타이틀샷이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왔다는 걸 안다. 일단 안칼라예프부터 이겨야 한다.

지금의 내 위치, 기회, 타이틀샷, 내 가족들을 오랫동안 먹여 살리는 것 등, 이런 것들이 내가 신경 쓰는 것들이다. 난 배당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배당률은 짜증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는 건 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난 그런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3연승으로 상황이 좋다. 안칼라예프에게 승리하면 타이틀샷은 어느 정도 가능한지.

나는 UFC가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이미 이 경기가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우리가 허접한 경기력을 보이거나, 팬들을 죽도록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이 경기의 승자가 타이틀샷을 받을 걸로 생각한다.

-존 존스와의 타이틀전 패배 이후 기복이 심했다. 현재는 안정감을 찾고 있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내 커리어 내내가 터닝 포인트다. UFC에서 처음으로 2연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인 건 아니다. 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멘탈적인 측면이 내 경기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 마음가짐이 바르지 않다면, 내가 사적으로 행복하지 않고, 내 사생활이 잘 안 풀린다면 격투기 커리어에서 항상 드러난다.

나는 정신적인 건강 측면과 머릿속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매우 공개적으로 발언한다. 그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항상 커리어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신경 써왔다.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고, 인생은 잘 풀리고 있다. 나는 문제를 겪으면 그에 대해 얘기하고, 내 사생활과 마음 상태가 올바른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나는 그것이 게임 체인저였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앤서니 스미스는 위험한 파이터다(웃음).

-알렉산더 라키치에게 패배한 이후 미들급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이 있다고 인터뷰 했지만, 라이트 헤비급에 계속 머물렀다. 이유가 궁금하다.

이유는 미들급 감량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내 최고의 장점이자 최악의 단점은 내가 대부분의 경우 현재 어떤 기분인지를 숨기지 않는다는 거다. 기자들이 경기 직후에 인터뷰를 하면 나는 엄청나게 실망한 상태에서 대답을 한다. 문제는 내가 기자들에게 상당히 솔직하게 얘기한다는 거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한다면 나는 정확히 당시에 내가 느낀 그대로를 얘기한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미들급을 맞출 수 없다.

어쩌면 꼭 해야 한다면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꾸준히 1년에 3번 감량할 방법은 없다. 훈련 동안 237파운드(107.5kg)까지 나갔다. 그러니까 미들급(185파운드)까지 50파운드(22.7kg)를 감량해야 하는 거다. 난 못 한다. 난 더 커졌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는 대신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체중을 좀 더 붙여서, 무게가 더 나가게 됐다. 헬스도 정말 열심히 해서, 전보다 훨씬 더 힘이 세졌다. 그렇기 때문에 라키치 경기에서 노출됐던 문제를 앞으로도 겪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 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이리 프로하즈카와 맞붙는다면 어떻게 경기를 풀지 궁금하다.

나는 프로하즈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경기에서 많은 취약점을 본다. 난 그의 격투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난 그가 행동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고, 그가 가진 격투가로서의 마음가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그를 상대로 공략할 수 있는 많은 구멍이 눈에 띈다.

그는 매우 자유롭고, 흐름을 타는 파이터다. 그는 방어 측면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다. 그는 타격을 정말 많이 허용한다. 그는 흐름을 타며 경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많은 기회가 생길 거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변화하는 상황,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내가 가장 잘 싸운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봤다. 혹시 괜찮다면 어머니가 당신의 MMA 커리어를 어떻게 지원해줬는지 들려 달라.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라이언 하트는 없었을 거고,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다. 긴 이야기지만 짧게 얘기해보겠다. 십대 때 난 별 볼일 없었다.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어머니는 항상 내 편을 들어줬고, 내가 무슨 일을 겪든 내가 그저 지지해주고,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라고 이해해줬다. 물론 다른 어머니들처럼 나를 혼쭐냈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게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지원해줬다.

어렸을 때 난 우연히 이 스포츠를 알게 됐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에는 훈련할 곳이 없었다. 아마추어로 4전을 치렀는데, 전혀 훈련 없이 싸운 거였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과 훈련할 기회가 생겼는데 차로 1시간 15분 거리였다. 당시 나는 직업도 없었고, 감옥을 들락날락 하던 때였다. 난 돈이 없었고, 어머니는 싱글맘으로 두 남매와 다른 두 명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래서 우린 풍족한 성장기를 보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빚을 지면서까지 매일 내가 체육관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그러다가 내가 프로 파이터 데뷔에 가까워지자 어머니는 오마하(네브라스카 주)에 아파트를 얻어줬다. 일요일마다 와서 생필품을 챙겨주고, 용돈을 주고, 데리고 나가서 먹을 걸 사줬다. 어머니는 격투기 입문 첫 3~4년 동안 나를 100% 지지해줬다. 그러면서 본인은 이를 위해 빚을 졌다. 어머니는 격투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이 스포츠에서 성공하면 어떤 모습일지 그런 것도 몰랐다. 어머니는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몰랐고, 내가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커리어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 몰랐다.

어머니는 단지 내가 격투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격투기가 나라는 인간을 바꾸고 있고, 내가 집중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나는 마침내 목표를 갖게 됐고, 내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추구하기 시작한 거다. 파이터가 되기 이전에 어머니는 나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 이걸 할 수 있도록 힘써줬다. 초창기는 시합 때 맨 앞줄에 와서 봤는데, 점차 시합 규모가 커지고, 더 중요한 경기를 하게 되자 무슨 이유인지 경기를 보기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존 존스와의 타이틀전 때 맨 앞줄에 왔지만 경기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해줬다.

어머니는 매일 내게 전화해서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궁금해 했다. 어머니는 항상 내 감량에 대해 걱정하고, 내 컨디션이 어떤지, 잠은 잘 자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를 체크했다. 내 아내와 아이 외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가장 상냥한 여성이었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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