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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에게 특히 더 인색한 것 같다.”
롯데 핵심관계자는 지난 5월 한숨을 푹 쉬었다. 4월 맹위를 떨치던 팀이 5월들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잘나가던 팀이 부진에 빠졌으니 여론은 비난의 대상을 찾아야했다. 부진에 빠진 외국인 선수들이 타깃이 됐고, 여기저기서 “교체하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비쳤다. 정작 구단 내부에서는 “교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와 야구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모든 것을 걸고 KBO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한두 달 만에 평가받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펼치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흔들림없이 자기 것을 해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똑같이 부진한 국내 선수보다 더 크게 비난받는 외국인 선수들이 애처롭다는 뉘앙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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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옹호를 적극적으로 받던 ‘잠재적 교체 대상자’는 2주 간격으로 짐을 쌌다. 야수인 DJ 피터스가 먼저 방출됐고, 투수 글렌 스파크맨도 지난달 31일 웨이버공시됐다. 피터스를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잭 렉스는 이미 경기를 치르는 중이고, 스파크맨의 대체자는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계획이 없다. 좋은 선수들”이라고 감싸 안던 핵심관계자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데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팀 상황이 그만큼 안좋다는 의미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체질개선을 노렸지만, 선수 성장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할 라커룸 리더가 없는 팀에서 신구조화를 기대하는 것자체가 난센스다. 약한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데려오는 게 외국인 선수다. 프로는 몸값으로 가치를 증명하는데, 외국인 선수들은 억대 연봉자다. 잣대가 가혹할 수밖에 없고, 성과에 따른 평가가 신인급 선수에 비해 빠르고 냉정할 수밖에 없다. 매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모품처럼 여기는 시각도 일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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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뒤늦은 외국인 선수 교체로 팀이 반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롯데는 정규시즌 50경기를 남겨뒀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도 10번 남짓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비자발급과 리그 적응 등에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 외국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는 더 줄어든다. 반등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뒤늦은 외국인 선수 교체는 여론에 떠밀려, 부진한 성적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비친다.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합리화이자 여론 무마용일 수도 있다. 6위와 9위가 엄청난 차이일까. 프로세스 오류는 외국인 선수 탓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교체보다 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롯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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