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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계약 당시 기대한 역할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흡사했다. 한 명은 핵심 선발투수가 복귀하기 전까지 로테이션을 도는 것이었다. 또다른 한 명은 아시안게임에서 필승조가 태극마크를 달 때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핵심 선발투수는 이미 복귀했고 아시안게임은 1년 연기됐다. 아르바이트가 끝나야 하는데 여전히 비중이 크다. 베테랑 우투수 SSG 노경은(38)과 LG 김진성(37) 얘기다.
방출자 영입 대성공이다. 지난겨울 전소속팀 유니폼을 벗고 기약없는 미래와 마주했던 두 투수가 베테랑의 위용을 고스란히 펼쳐보이고 있다. 어느 자리든 팀이 원하는 곳에서 임무를 완수한다.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노경은은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2.63으로 활약했다. 문승원과 박종훈이 복귀하기 전까지 선발진 한 자리를 맡아주기를 바랐고 그 바람을 100% 충족시켰다. 4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타구에 맞는 부상을 당했지만 두 달 후 다시 로테이션을 돌았다. 올시즌 선발로 등판한 8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3.38으로 대체 선발 이상의 역할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종훈의 복귀로 로테이션이 조정되자 노경은은 중간투수로 변신했다. 7월 22일 잠실 두산전부터 롱릴리프와 셋업맨을 두루 맡아 2일 고척 키움전까지 5연속경기 무실점했다. 홀드 두 개를 추가했고 SSG는 노경은이 중간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연봉 1억원을 받고 커리어를 연장한 투수가 프리에이전트(FA)급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김진성도 비슷하다. LG가 김진성과 1억원에 계약하며 김진성을 두고 세운 계획은 롱릴리프였다. 롱릴리프로서 마운드에 오르다가 9월 아시안게임이 열리면 고우석이나 정우영을 대신해 필승조를 맡길 계획이었다. 그런데 통산 34세이브·75홀드를 기록한 기량은 여전했다. 자연스럽게 롱릴리프와 필승조를 두루 맡는 전천후 중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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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팀을 위기에서 구원했다. 지난 6월 2일 사직 롯데전이 특히 그랬다. 코칭스태프 실수로 허무하게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교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연장 10회말 제대로 몸도 풀지 못한 채 김진성이 등판했는데 김진성은 무사만루에서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0회부터 11회까지 2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패배를 막았다.
후반기 롱릴리프 송은범이 합류하면서 김진성은 롱릴리프 보다는 1이닝에 집중하는 필승조가 됐다. 그리고 지난 3일 사직 롯데전에서 마치 두 달 전처럼 만루 위기에서 다시 팀을 구원했다. 류지현 감독은 “위기에서 김진성이 베테랑 답게 침착하게 이닝을 마무리 해준 게 의미가 컸다”며 최근 주춤한 영건 필승조를 대신해 리드를 지켜준 김진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늘 나오는 베테랑 방출자 중 한 명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구단 운영은 FA 영입, 트레이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저비용 고효율로 필요한 퍼즐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운영의 묘다. SSG와 LG는 각각 노경은과 김진성의 절실함을 믿었고 FA 영입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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