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 \'역전 2타점 적시타\'
LG 이형종이 1일 수원 KT전 9회초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상과 불운으로 타자 전향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 팀을 구원했다. LG 외야수 이형종(33)이 또 한 편의 야구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형종은 1일 수원 KT전 9회초 2사 2, 3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섰다. 1-1 동점 상황에서 배트를 잡았고 KT 마무리투수 김재윤의 2구 속구를 공략해 2타점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형종의 한 방으로 LG는 3-1 대역전극을 만들며 5연승을 질주했다.

8회까지 이날 경기 주인공은 KT 선발투수 엄상백, 조연은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였다. 두 투수가 6회까지 무실점 릴레이를 벌이며 명품 투수전을 만들었다. 7회말 황재균이 켈리의 초구에 솔로포를 터뜨렸을 때만 해도 엄상백의 날이 될 것 같았다. 엄상백은 7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최고 경기를 했다.

하지만 9회초 LG와 이형종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채은성과 문보경이 출루해 찬스를 만들었고 문성주가 1-1 동점을 만드는 적시 2루타, 이형종은 결승타를 기록했다. 9회말에는 고우석이 등판해 34세이브째를 올리며 승리를 완성했다. 다음은 경기 후 이형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올시즌 LG의 가장 짜릿한 승리를 만든 것 같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냈다는 만족감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2위, KT가 3위 팀이라 중요한 경기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지고 있다가 이겨서 더 좋았다.

-대타로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나?

어제 제대로 스윙도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공을 맞히는 식의 스윙만 해서 내 자신에게 화도 많이 났다. 이번에는 적어도 내 스윙은 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호준 코치와 어떤 얘기를 했나?

어려운 상황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코치님께서는 직구 보고 들어가라고 했다. 하이볼이 들어올 거니까 하이볼 대비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너무 높으면 치지 말고 적당히 높은 공에 승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초구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당황하긴 했다. 그래도 다시 직구가 올 것으로 봤다. 2구째를 하이볼로 생각했다. 너무 강하게 스윙하기 보다는 중심에 잘 맞히려고 했는데 실투성으로 들어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홈런을 칠 수도 있지만 안타를 쳐도 2점이니까 어떻게든 안타를 치자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형종 \'역전 2타점 적시타\'
LG 이형종이 1일 수원 KT전 9회초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올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다. 2군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1군으로 올라올 준비를 했나?

야구를 한 번 그만둔 적이 있다. 당시 워낙 힘든 경험을 했다. 그 때처럼 지금도 잘 버티고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이지만 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버티면서 잘 준비하려고 했다. 김정민 코치님을 비롯해 육성군 코치님들이 2군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1군에 올라왔을 때 가장 반겨준 선수가 누구였나?

(오)지환이다. 지환이가 2군에 있을 때도 꾸준히 연락해줬다. 어느덧 지환이와 내가 LG에 가장 오래있는 선수가 됐더라. 지환이와 이런저런 얘기했고 1군에 왔을 때도 지환이가 가장 기뻐해줬다.

-늦었지만 1군에 올라와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앞으로 31경기 각오는?

선발 출장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라도 나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우리가 계속 이기면 1위도 가능하다. 내게 기회가 많지 않더라도 작은 기회 속에서 이겨내고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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