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쫓아가는 KIA
KIA 박동원(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잠실 LG전 6회초 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옵션이 많지 않다. 최대어 영입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예비 FA와 일찍이 손을 잡고 특급 FA 한 명을 영입하는 게 될 것이다. 지난 3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KIA가 한 번 더 뜨거운 겨울을 계획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지난 3일 다가오는 겨울 FA 시장에 대해 “작년에 이어 한 번 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KIA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대어 나성범을 영입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최형우와 역대 최초 공식 100억원대 FA 계약을 체결했는데 5년 후 나성범과 6년 150억원 ‘빅딜’을 맺었다.

결과는 성공을 향한다. 최형우가 2017시즌 타율 0.342 OPS(출루율+장타울) 1.026으로 맹활약한 것처럼 나성범 또한 KIA 유니폼을 입은 첫 해 듬직하게 중심타선을 지킨다. 나성범은 지난 4일까지 타율 0.317 OPS 0.930을 기록하고 있다. 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볼 수 있는 wRC+(조정득점생산력:스탯티즈 참조)에서 2017년 최형우는 163.5, 올해 나성범은 162.0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최형우는 wRC+ 부문 리그 3위에 올랐는데 나성범 또한 올해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포토]KIA 나성범, 첫 타석부터 1타점 2루타!
KIA 나성범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경기 1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선발 요키시를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2022. 8. 23.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즉 KIA는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를 영입하는 후회없는 투자를 했다. 팀성적 또한 수직 상승이다. 최형우를 영입한 2017년 전해 5위에서 1위로 상승했는데 나성범을 영입한 올해에도 지난해 9위에서 5위로 점프했다. 중심타자 한 명을 더한 효과가 타선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겨울 FA 한 명을 더한다면 리그 최강 타선도 기대할 수 있다. 수준급 FA를 영입해 타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 이듬해 9월에는 상무에서 최원준이 돌아온다. 2020년부터 도약한 최원준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62 OPS 0.953으로 펄펄 날고 있다. 특급 리드오프가 기다리는 가운데 예비 FA 최대어인 채은성 같은 클린업 자원을 더하면 그야말로 숨막히는 타선이 완성된다.

최원준
KIA 최원준.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단순히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제는 FA 영입에 앞서 정확한 셈법이 요구된다.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지출은 팀의 미래를 흔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샐러리캡 기준선 1회 초과시 초과분의 50%를 제재금으로 부과한다. 2회 초과시에는 초과분의 100%, 그리고 1라운드 신인 지명권 순위가 9계단 밀린다. 샐러리캡 기준선은 10구단 상위 40인 연봉 총액 평균의 120%다. 지난 2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110억원 내외다.

KIA 또한 이를 알고 있다. 올시즌 KIA는 개막 시점에서 국내선수 연봉규모 6위에 자리했다. KIA 관계자는 “샐러리캡을 생각하면 안정권은 아니다. FA 영입없이 가면 큰 문제가 없지만 영입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샐러리캡은 기준선에 간당간당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묘수가 있다. 예비 FA가 되는 박동원과 다년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박동원이 FA를 신청하기에 앞서 KIA와 다년계약에 합의하면, KIA는 외부 FA 영입에 대비해 샐러리캡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SSG가 지난 겨울 김광현, 한동민, 문승원, 박종훈을 모두 다년계약으로 잡으며 샐러리캡을 조절한 것처럼 KIA도 흡사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SSG는 샐러리캡 기준선 2회 초과를 피하기 위해 다년계약자의 연봉 비중을 올해와 내년에 크게 뒀다. KIA는 반대로 박동원과 계약 구조를 점차 상향시키는 식으로 만들면 된다.

박동원과 총액 50억원 4년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하면, 1년차 5억원, 2년차 10억원, 3년차 15억원 4년차 20억원 계약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박동원의 연봉은 3억1000만원인데 이와 같은 다년 계약으로 박동원을 붙잡으면 내년 박동원 연봉은 1억9000만원 올라간다. 샐러리캡 기준선에 여유가 생기고 외부 FA 영입 또한 용이해진다. 2023년이 지나면 팀내 연봉 3위 최형우(올해 연봉 9억원)의 3년 FA 계약기간이 끝나고, 팀내 연봉 4위 김선빈(올해 연봉 4억원)의 4년 FA 계약도 종료된다. 이처럼 다년계약은 샐러리캡 기준선을 고려해 마법을 부리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박동원
KIA 박동원.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IA가 박동원을 붙잡지 않으면 다시 포수 문제와 직면한다. FA 시장에서 포수부터 수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확률이 높다. 늘 그랬듯 경쟁이 붙으면 FA 가격은 치솟는다. 박동원과 이별은 곧 외부 FA 포수 한 명 영입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FA 계약은 다년계약처럼 계약 구조를 조절하기도 힘들다. 거액의 계약금이 가장 큰 난관이 된다. 지난 4월말 KIA가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영입한 배경에는 예비 FA 박동원을 렌탈하는 게 아닌, 앞으로도 박동원과 함께 하는 시나리오도 머릿속에 넣어뒀다.

규정상 문제는 없다. KBO 관계자는 “다년계약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계약 승인 시점은 보통 연봉 계약을 맺은 선수와 동일하게 이듬해 2월 1일이 된다. 이듬해 2월 1일에 앞서 소속팀 선수라면 언제든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A가 박동원 다년계약이라는 마법을 통해 다시 한 번 FA 시장 큰 손이 될지 주목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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