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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기자] “아들이 내 경기를 직관온 것은 처음이다.”
생후 9개월 아들 김하준 군을 언급할 때 김민혁(26)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었다. “아픈 데 없이 잘 커줘서 고맙고, 옆에서 사랑 많이 주고, 맛있는 거 많이 먹여주고, 좋은 데도 많이 데려갈 테니까 항상 아프지 말고 잘 컸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두산 내야수 김민혁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에서 상대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6회말 결승타를 뽑아내며 이날 수훈선수가 됐다. 마침 추석 연휴를 맏아 김민혁의 부모님과 부인, 그리고 아들이 이 경기를 직관했다.
김민혁은 “가족이 방문했다고 특히나 더 신경쓰며 타석에 들어서진 않았다”며 “누구나 인정하는 투수이자 고교 선배인 양현종 형의 공을 꼭 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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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은 양현종의 시속 133㎞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날 역전을 만드는 결승타였다.
김민혁은 “(두산 김태형)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시길 ‘대타는 초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해주셨다”며 “전력분석팀에서 양현종 선배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속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투구를 한다고 분석했다”며 “초구부터 속구와 체인지업이 보이면 ‘치자’라는 생각으로 쳤다”고 설명했다.
김민혁은 올시즌 대타로 주로 기용되고 있다. 올시즌 20타수에 불과한 적은 기회에서도 5안타(1홈런) 3타점을 뽑아내며 타율 0.250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타로 나가면 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선수나 다 마찬가지”라며 “오늘 내가 나간 지점은 경기의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었는데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 팀 선배들도 항상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 많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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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김민혁의 쓰임새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1루수는 지금 (양)석환이랑 페르난데스가 있는데, 민혁이를 지금은 쓸 수가 없다. 투수에 따라 지명타자로 쓰든지 아니면 1루수로 쓸 생각을 하고 있긴 하다. 당장은 대타로 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8년 차 김민혁은 그럼에도 담담했다. 그는 “더 어렸을 때는 형들도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지금은 (허)경민이 형이나 (김)재환이 형, (박)세혁이 형이 ‘잘 버티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게 정말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일정하지 않은 출장기회 속에서 마인드를 컨트롤 하는 비결을 밝혔다.
이어 김민혁은 “한 번씩 출장 기회를 주셔서 나갈 때 만큼은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드리자’라는 생각으로 나간다. 수비도 어디를 나가든 간에 항상 해왔던 것처럼 자신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항상 언젠가는 좋은 날이 또 온다. 이 말을 많이 되새기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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