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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이보다 더 시원한 청량제가 있을까?
세계 테니스 팬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스페인의 만 19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003년 5월5일생). 지난 1973년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에 랭킹제가 도입된 이래, 첫 ‘10대 세계 1위’라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23시간39분. 지난 11일(현지시간) 2022 US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 우승까지. 그가 14일 동안 7경기를 치르면서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 다녔다니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결승전이 끝나도 지친 기색은 1도 없어 보였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제 좀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체력에 관한 한 그를 능가할 선수가 있을까?
지난 20년 넘게 4대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나눠가져간 ‘빅3’. 이들의 위대함을 인정하면서도 팬들은 ‘그나물의 그밥’처럼 그 식상함에 지친 것도 사실이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와 ‘흙신’ 라파엘 나달(36·스페인), ‘리턴샷의 제왕’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그동안 가져간 그랜드슬램 우승트로피는 무려 63개(나달 22, 조코비치 21, 페더러 20)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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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지난해 5월 알카라스와 맞붙은 뒤 “샐러드를 만들 때 많은 재료를 넣는다. 알카라스는 위대한 선수가 될 많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라며 그의 다재다능함을 인정했다.
실제 알카라스는 포핸드와 백핸드스트로크(양손 사용)는 말할 것도 없고, 네트플레이에 드롭발리까지 못치는 샷이 없을 정도로 ‘무결점’ 선수로 평가받는다. 어느 각도에서도 샷이 폭발한다.
이번 US오픈 결승에서는, 자신의 백핸드 쪽으로 오른 공을 애드(AD)코트에서 휙 돌아서 치는 ‘런 어라운드’(Run around) 포핸드스트로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승리를 일궈냈다. 무엇보다 빠르다. 코트를 전후좌우 번개처럼 움직이며 상대 공을 받아내는 리턴샷 능력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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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 교습가인 패트릭 무라토글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카라스가 US오픈을 제패한 3가지 인상적인 이유를 들면서 ‘첫번째가 정신력(Mental strengths)’이라며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을 연발했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과 세계 1위라는 기대감이 두 어깨에 걸린 10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매치에서 이를 이겨낸 것을 높게 산 것이다.
무라토글로는 체력적 능력(Physical abilities)을 두번째로 들었다. 그리고 ‘경기를 완성해가는 방식’, 즉 베이스라인 안과 밖을 넘나들며 폭발적으로 공을 치고, 특히 네트에서는 훌륭함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19세가 해냈다니 믿을수 없다”고도 했다.
카를로스 페레로(42) 코치는 “알카라스는 그의 게임의 60% 수준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것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그의 더욱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빅3가 오랜 세월 ATP 투어를 지배했으나 이들에게도 한두가지씩 약점은 있었다. 박용국 대한테니스협회 전무 겸 방송해설위원은 “나달은 서브, 페더러는 백핸드, 조코비치는 네트플레이가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알카라스는 무라토글로의 말처럼 이제 19세인데 “약점이 없다”는 평가다.
알카라스는 US오픈 뒤 ATP 투어 스태프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1위 꿈을 달성했는데 앞으로 너를 흥분시킬 게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페더러와의 대결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빅3를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 대결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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