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 2타점 2루타
두산 정수빈이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3-3으로 맞선 6회초 2사 1,2루 기회에서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뽑아낸 뒤 박수치고 있다. 문학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1위 팀의 힘이라는 게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SSG 김원형 감독은 2019년부터 두 시즌간 감독과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두산 왕조의 전성기를 함께한 셈이다. 지난해 김원형 감독이 SSG 지휘봉을 잡으며 이별했는데, 한 시즌 만에 정반대 위치에서 한 치 양보 없는 혈투를 치러 눈길을 끌었다. 두 사령탑 모두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계약만료)가 된다는 점에서 양보할 이유가 없는 일전이기도 했다.

◇2년차 김원형 “쫓기지 않는다면 거짓말”

지난해 단 한 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SG는 비시즌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일부터 한 번도 1위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 우승에 도전 중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규시즌 우승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없었지만, 최근 2위 LG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KBO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박경완
SSG 김원형 감독(오른쪽)이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레전드 40인 선정 시상식에서 ‘영혼의 단짝’인 박경완 전 수석코치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 | 연합뉴스

김원형 감독은 “심리적으로 쫓기기도 하고, (1위를 빼앗길까) 불안함도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한때 9경기 차까지 벌어졌던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높지만, 빼앗길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팀 기세가 그만큼 안좋기 때문이다. 그는 “벤치에서 할 수 있는 건 경기 흐름에 맞는 선수교체나 간단한 작전 정도”라고 말했다. 준비가 안됐다기보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작전을 전개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지략을 펼칠 여유가 없는 상태다.

◇8년차 김태형 “버릴 건 버리고 움켜쥐어야”

김원형 감독의 고민을 김태형 감독이 모를리 없다. 다 겪은 일이다.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래 지난해까지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압도적인 우승을 한적도 있고, 정규시즌 마지막 날 뒤집은 적도, 끝까지 따라가다 미치지 못한 경험도 있다. 그는 “지키는 쪽 스트레스가 쫓아가는 쪽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대타 페르난데스 삼진에 그라운드 나선 김태형 감독[포토]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이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태형 감독은 “따라갈 때는 오히려 여유를 갖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쫓길 때는 (벤치가)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선두 팀은 ‘1위 팀의 힘’이라는 게 있다. 기싸움에서 상대를 누르고 들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에 쫓아가는 쪽에서 함부로 승부를 걸기 어렵다”고 밝혔다. 벤치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버릴 경기는 과감히 버려 선수들을 쉬게 하는 것도 장기레이스의 전략”이라고 강조한 김태형 감독은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있는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 승리를 따내야만 한다. 이런 경기를 하다보면 쫓아오는 쪽이 더 조급해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산은 이 패턴으로 7연속시즌 챔피언에 도전했다.

두산 김민혁 \'이건 확실히 홈런이야\'
두산 김민혁이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7회초 우월 2점 홈런을 뽑아내고 있다. 생애 첫 한 경기 2홈런. 문학 | 연합뉴스

◇맞아 떨어진 7연속 KS 감독 ‘촉’

경기는 장군 멍군으로 이어졌다. 두산이 6회초 양석환의 솔로홈런, 정수빈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6-3으로 도망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6회말 무사 2,3루에서 등판한 이승진이 SSG 타선을 완벽 봉쇄한데 이어 7회초 김민혁의 2점 홈런이 터져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것처럼 보였다. 김태형 감독의 “쏟아붓기 전략”이 선두를 구렁텅이로 몰아갔다.

그러나 ‘1위 팀의 힘’까지 막아내긴 어려웠다. 3-8로 패색이 짙던 SSG는 7회말 반격에서 4점을 뽑더니 8회말 대거 6점을 보태 13-9로 승부를 뒤집었다. 승리를 따내기 위해 올인 전략으로 맞선 두산이 9회초 김재환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6안타 1볼넷으로 4점을 뽑아 13-13으로 응수했다. 한 치 양보없는 혈투는 9회초 대수비로 나섰던 오태곤의 끝내기 홈런으로 막을 내렸다. 4시간15분 혈투 속 SSG 김원형 감독이 “쏟아부어야 한다”는 김태형 감독의 ‘우승 전략’을 완벽히 재현해 마지막에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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