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활짝 웃는 두산 이승엽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SSG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을 방문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자율은 강요보다 무섭다.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 체제로 개편한 두산에 기류 변화가 엿보인다. 자율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무거운 책임도 따라붙었다. 화수분의 근간은 땀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24일부터 경기도 이천에 있는 베어스파크에서 합숙한다. 일찌감치 마무리캠프를 시작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는데, 이 감독은 취임직후 ‘훈련량 증가’를 테마로 삼았다. “우리 때처럼 훈련하면 구급차에 실려간다”면서도 “그래도 훈련은 많이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정훈 2군 감독까지 가세해 창단 첫 9위 치욕을 씻겠다는 각오다.

[포토]두산 2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승엽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SSG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을 방문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에게는 아직 와닿지 않겠지만, 이 감독은 무서운 발언을 했다. 그는 “쉬고 싶은 선수에게는 휴식을 줬다. 훈련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로는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마무리 캠프를 통해 내 눈에 띄어야 내년시즌 구상에 포함되지 않겠나. 알아서 잘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웃었다. 강요보다 무서운 자율이다.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팀내 입지가 확고하고, 뚜렷한 성과를 낸 코어 전력은 예외다. 냉정히 바라보면, 김재환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 등 베테랑 사총사를 제외하고는 예외로 둘 선수가 없다. 야수를 기준으로 베테랑 사총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주전 경쟁으로 내몰렸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다가오는 선수에게는 방법을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홈런 타자가 될 수는 없으니, 맞춤옷을 찾아주겠다는 뜻이다. 이 역시 자율이다. 그는 “나처럼 훈련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 생각을 주고받아 결론을 도출하면,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 이 감독은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능적인 움직임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포토]두산의 새 사령탑 이승엽 감독과 김한수 코치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SSG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을 방문해 김한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두산은 팀 색깔 바꾸기를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 ‘육상부’로 대표되는 원래 모습을 되찾는 셈이다. 출루와 정확한 콘택트 등 기본에 충실한 야구가 근간이다. 기본을 다져야 응용도 가능하다. 어떤 일이든 기본을 다지는 과정은 지루하다. 지루함을 참아내는 것 또한 훈련이다. 두산의 마무리캠프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무한 반복훈련을 해야한다.

이 감독은 “마무리훈련 참가는 선수가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나는 많은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소 속에 비친 이 감독의 눈빛이 매섭다. 선수들이 놓쳐서는 안될 장면이다.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이 감독의 승부욕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