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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키움 홍원기 감독의 이용규(37) 투입이 제대로 적중했다. 투수를 괴롭히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공을 많이 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용규는 방망이로 투수를 못살게 만들었다. 방식이 달랐을 뿐, 임무는 완벽히 수행했다.
이용규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2차전 LG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일궈냈다. 팀 내 2타점 타자는 이용규가 유일하다. 2득점도 마찬가지다. 2번 타순에서 분노의 타격을 선보였다. ‘악마의 테이블세터’라 했던 그 명성 그대로다.
전날 1차전에서는 선발에서 빠졌다. 2번 타순에 김태진이 들어갔다. 상대 선발 케이시 켈리를 고려한 선택. 하루 만에 이용규가 복귀했다. 홍 감독은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1번 김준완과 함께 상대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다”고 짚었다.
‘용규놀이’로 설명이 된다. 공 많이 보는 쪽으로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다. 2010년 20구 승부까지 한 적이 있다. 올해도 19구 승부가 있다. 테이블 세터는 상대 선발을 비롯한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임무다.
이날 이용규는 살짝 결이 달랐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초구를 쳐 중전 안타를 쳤다. 2회초에도 초구를 때려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4회초 들어서는 무사 1루에서 초구에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5회초 들어 살짝 ‘전공’을 살렸다. 6구 승부를 했다. 풀카운트 끝에 타격을 했고, 유격수 땅볼을 쳤다. 7회초에는 2사 1,2루에서 초구를 때렸는데 투수 땅볼로 돌아섰다. 9회초 자신의 타석에서 김웅빈과 교체되면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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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공을 많이 보지 않아도 된다. 쳐서 나갈 수 있으면 좋다. 공을 많이 던지게 만드는 것도 괴롭히는 것이지만, 안타를 치고 나가서 주루로 흔드는 것, 적시타를 때려 점수를 올리는 것 또한 투수를 괴롭게 만드는 일이다. 딱 이용규가 이날 그랬다.
1번 김준완도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2개를 골랐고, 1득점을 올렸다. 테이블 세터가 합작 4출루다. 3번 이정후가 3안타, 4번 김혜성이 3안타를 쳤다. 밸런스가 좋았다. 앞에서 나가야 중심타선도 힘이 나는 법이다. 덕분에 키움은 LG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7-6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다.
경기 후 이용규는 “1차전은 상대가 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못해서 졌다. 2차전 꼭 이겨야 했다.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뛰었다. 키움 팬들께서 열렬하게 응원을 해주셨다. 항상 감사하다. 이제 1승 했다. 2승 남았다. 팬들과 꼭 한국시리즈에서 뵙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날 타격에 대해서는 “상대 투수가 속구와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많이 넣더라. 그래서 첫 타석에서는 빠른 공만 생각했다. 눈에 보이면 배트가 쉽게 나왔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두 번째 타석에 앞서 플럿코가 변화구로 계속 카운트를 잡았다. 그래서 초구 체인지업을 생각했다. 체인지업이 눈에 들어오면 치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생각한대로 나와서 기분 좋았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아울러 이용규는 “프로 생활 19년을 했는데 한국시리즈(KS)는 딱 한 번 가봤다. 이 기회 놓치고 싶지 않다. KS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쉽게 오지 않는다. 승리가 첫 번째다”며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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