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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야구 붐업, 이승엽 감독과 내게 주어진 임무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이지만, 모든 관심이 여기로 쏠리는 것은 아니다. 두산과 삼성 쪽으로도 눈길이 많이 향한다. 감독 때문이다. 두산은 삼성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승엽(46) 감독을 앉혔다. 삼성은 대행으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박진만(46) 감독을 선임했다. 둘이 친구이기도 하다. 선의의 경쟁이 예상된다. 동시에 ‘동반자’이기도 하다. 목적은 야구의 인기 회복이다.

삼성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박 감독의 취임식 행사를 열었다. 지난 18일 삼성의 제16대 감독으로 박 감독을 확정했고, 이날 공식적으로 취임식이 진행됐다. 원기찬 대표이사, 홍준학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이 참석했다.

박 감독은 이날 등번호 70번이 박힌 새유니폼을 받았다. 대행으로 있을 때는 79번을 썼다. 70번은 김재박 감독이 달았던 번호다. 박 감독은 “김재박 감독님은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었다.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 감독님 번호가 70번이다. 지도자를 하게 되면 70번을 달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했다.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승엽 감독 이야기가 나왔다. 이 감독 또한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과의 관계에 눈길이 향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의 취임식날 박 감독의 선임이 확정됐다. 묘한 인연이다. 둘은 동갑내기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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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기찬 대표이사와 박진만 감독, 오재일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박진만 감독 취임식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이 감독은 지난 18일 “박진만 감독은 동기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국제대회에서 함께 뛴 좋은 친구다. 이제 상대로 만나게 됐다. 나는 두산의 승리를 위해, 박 감독은 삼성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젊은 감독이 중심이 돼 조금 떨어진 야구 인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이승엽 감독도 이야기를 했지만, 야구가 예전보다 많이 침체되어 있다. 누구나 처음 감독을 하게 되면 선수 때와 또 다르다.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팬들도 많이 찾아와줄 것이다. 두산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다. 야구 붐이 일었으면 한다. 과거 우리가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붐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승엽 감독과 내 의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 이야기도 나왔다. 박 감독은 “우리가 포수 뎁스가 좋다. FA에 포수가 많이 나오기에 겹친다. 대신 트레이드가 진행될 수도 있다. FA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 대행을 하면서 보니, 선발은 안정감이 있고, 야수진도 신진급 선수들이 많이 올라왔다. 불펜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이어 “상황과 조건이 맞는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웠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두산과 트레이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두산을 비롯해 어느 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문은 다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포토]두산 이승엽 감독, \'가장 필요한 FA 포지션은 포수\'
이승엽 감독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감독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감독 사이 친분을 통해 트레이드가 이뤄진 경우는 과거부터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선동열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다. 각각 삼성과 두산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여러 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텁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박 감독과 이 감독도 유사한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취임식날 포수 보강을 말했다. FA 영입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보이지만, 트레이드 영입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마침 삼성은 포수가 풍부하다. 묘하게 얽힌다. 야구 인기 회복이라는 큰 목적을 놓고 봤을 때 활발한 트레이드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이제 지휘봉을 잡고 대결을 펼친다. ‘국민타자’와 ‘국민유격수’의 격돌. 삼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친구라는 연결점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흥미가 있다. 아직 2022시즌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2023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높아지는 이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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