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2015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염경엽 감독. 서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사람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죠.”

12년 전 쓸쓸하게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내려놓았던 그가 극적으로 돌아왔다. 이별 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있는 만큼 빠르게 팀에 적응할 것을 다짐했다. ‘우승’만 바라보는 LG의 선택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함께 했던 염경엽 감독이었다.

시계를 2011년 겨울로 돌리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2011시즌 LG 수비코치를 맡았던 염 감독은 늘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그해 LG는 후반기 끔찍한 추락으로 9연속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염경엽 코치 만큼이나 사령탑과 선수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으나 염 코치를 향한 비난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근거없는 얘기들이 진실인 것처럼 퍼지면서 암흑기의 원흉이 됐다. 궁지에 몰린 염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났다.

염 감독은 2011년을 돌아보며 “오해라고는 해도 다른 사람의 시선과 들리는 얘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유니폼 위에 점퍼를 입었다. 사람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며 “어쨌든 성적에 대한 책임은 지도자가 져야 한다. 그래서 LG를 나가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2012년 넥센 코치, 2013년 넥센 감독으로 부임해 지도자로서 화려하게 일어섰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늘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지금 히어로즈 팀컬러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과 2018년 SK 단장을 맡아 우승 단장이 됐지만 SK 지휘봉을 잡은 2019년과 2020년에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포기는 없었다. 2021년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다시 야구 공부에 매진했다. 연수 후에도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야구 부문 사장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에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KBO리그를 바라봤다.

그래도 LG 복귀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LG 사령탑 자리는 특히 그랬다. 염 감독은 “시즌 중에는 내가 LG 감독이 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LG는 좋은 팀이고 성적도 잘 내고 있는 팀이다. 정규시즌 후반 육성총괄 제의가 왔을 때 내년에 젊은 선수들을 육성할 생각만 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왔다. SK 실패 후 참 많이 반성했고 나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LG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염 감독은 당시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오지환을 선택했다. 고교시절 투수가 주 포지션이었던 오지환의 운동 능력을 높게 평가해 LG 미래를 책임질 유격수로 낙점했다.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채은성을 육성선수로 영입했다. 현재 오지환은 LG는 물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채은성은 LG 붙박이 4번 타자다. 더불어 넥센 감독 시절 함께 했던 서건창과 김민성도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염 감독은 “나도 LG와 인연이 있지만 지금 LG 선수 중에도 나와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LG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제 우승만 해보면 된다.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LG에 있을 때 오해도 받았는데 이렇게 다시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렇게 된 거 멋진 스토리 만들어 보겠다”고 영화 같은 결말을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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